“저는 집이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입니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지방으로 출장 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이죠”
메리츠증권의 김관일 영업2사업부 상무(45)는 스스로를 집이 없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일상 스케줄이 지방 출장으로 거의 다 채워져 있어 집에서 잠을 자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3~4번의 출장은 기본. 그러다 보니 김상무는 사내에서 ‘움직이는 여행가방’으로 통한다.
“상무님의 열정은 젊은 직원들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게 지방 지점직원들의 평이다. 김 상무의 이런 열정은 자리를 옮긴 지 2년이 안 돼 중부권 이하 지방 지점을 9개에서 12개로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95년 창원지점장 시절 20명 정도 모이는 경리 회계 전문인들의 친목모임을 200명 규모로 활성화시켜 지점 약정을 급신장시키는 등 친화력도 겸비한 김 상무는 2000년 지방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중소형증권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특화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고급 인력을 유치, 대구지점을 옵션 등 파생상품 전문점으로 키워 업계 2위의 실적을 올렸다.
김 상무의 국내선 마일리지 포인트가 10만점. 잦은 출장으로 얻은 보너스 점수다. 비행기를 한 번 탈 때 마일리지 점수가 500점 정도라니 그 동안 100여회가 넘게 하늘을 벗삼아 다닌 셈이다.
나홀로 여행이 대부분이다보니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는데 독서라는 친구를 얻으면서 지루한 장마비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고 김 상무는 회상했다.
김 상무는 이같이 바쁜 와중에도 건강관리에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집한다. 가장 즐기는 게 반신욕으로 최소한 1주일에 한 번, 30분 정도는 하고 있다. 또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발마사지를 한다. 장기간 계속해온 것이라 웬만한 감기는 잠깐의 발마사지로 떨쳐버릴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요즘 김 상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가족들, 특히 자녀들의 불만해소다. 그나마 아내가 든든한 후원자로 버텨주고 있는 다행이라며 요즘 우수 고객을 집으로 초청하는 행사도 도와주고 있다고 자랑한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그는 조그만 야산을 하나 구입해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주말 목수공방을 운영하고 싶다고 설명하면서 노년의 모습을 그린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