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현대증권이 현투증권, 현대투신운용과 분리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공개 매각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이 소문을 부인했지만 이는 푸르덴셜 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현대증권 분리매각이 기정사실일 것이라는 추측의 근거는 매각 협상의 실제 당사자인 푸르덴셜측과 정부당국의 입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푸르덴셜측은 현대 금융3사 일괄매각 협상과 관련해 시종일관 현투증권과 현투운용만을 인수하겠다고 주장해 왔었다. 이미 국내 증권산업에서 주식 위탁업무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푸르덴셜은 잘 알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는 푸르덴셜측으로서는 현대증권을 인수해 브로커리지 업무를 강화하기 보다는 보험상품, 수익증권 등 각종 금융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하기를 원할 공산이 크다.
제일투자증권을 이미 인수한 상태인 푸르덴셜측으로서는 현투증권과 현투운용만을 인수하는 것으로 상품판매망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수익증권 판매에 관한 한 현투증권과 제투증권을 합치면 수탁고가 26조로 삼성증권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이 설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도 있다. 현투증권을 인수한다 해도 제투증권과의 합병은 주주와의 관계 등 난제들이 많기 때문에 규모면에서 작은 제투증권을 버리는 카드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교두보 구축을 염두해 두고 있는 푸르덴셜측으로서는 현투증권과 현투운용만으로는 안된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측으로서도 현대증권의 분리매각은 일괄매각이라는 당초의 목적과는 약간 다르지만 차선책으로서 불만이 없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대3사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반드시 만족시켜야 하는 목적은 대략 두가지로 대별된다. 첫번째는 공적자금 투입없이 현투증권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현투증권 부실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을 반드시 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푸르덴셜이 납입금 1조2000억원을 투입해 현투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공적자금 투입없이도 현투증권을 살리는 것이 된다. 현대증권을 굳이 현투증권과 일괄적으로 매각하려 했던 것은 현대증권이 현투증권의 최대주주로서 도의적 책임을 묻게 하기 위한 것이지 일괄매각하지 않으면 안될 결정적인 이유는 없다.
따라서 현대증권을 따로 분리매각하면 궁극적으로는 정몽헌씨를 현대증권 경영에서 손떼게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두번째 목적도 달성하는 것이다. 현대증권 입장에서도 분리 매각되는 것이 걸림돌이었던 현투증권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고 향후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내심 환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