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합병이라는 책의 주제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피합병 대상이 미국 은행이라는 것은 극에 달한 반미감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군 궤도차량에 희생된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한 대규모 촛불시위에 금융인들의 참가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대한 요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물론 양부장은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책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지난 95년 신한은행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머린내셔널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출판하게 됐다는 것.
양부장은 “당시 업무를 담당하면서 정리했던 내용을 그냥 사장시키는 게 아쉬워서 책으로 엮었다”며 “불문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마음 한 구석에 문학에 대한 동경을 버릴 수 없었는데 결국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부장은 다양한 외국 지점에서의 업무 경험과 합병을 담당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합병의 정도’는 한가지라고 강조한다. 바로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비전과 가능성이 있을 때 합병은 성공한다는 것이다.
양부장은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합병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며 “합병만 해 놓으면, 일단 두 은행을 합병시키면 뭔가 효과를 발휘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합병을 통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은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 양부장의 생각이다. 두 은행은 거래 고객 기반이 달라 새로운 합병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며 ‘신구(新舊)’의 조화를 달성한다면 독특하고 강한 기업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