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들이 연내 추진하려던 신종자본증권(Hybrid Tier 1) 발행이 지연되고 있다. 발행에 따른 차입금리 등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시를 서두를 경우 다른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차입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 조흥 하나은행은 각각 2∼3억달러, 2억5000만달러,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연내 발행할 것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은 현재 구체적인 가격 및 발행일정을 수립하지 못해 공시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는 외국은행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위해 일부 은행은 발행일정 등을 일체 함구하고 있어 은행간 극심한 눈치작전이 오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흥은행의 경우 부실을 털면서 BIS비율을 늘리기 위해 1억9000만달러는 중장기 차입금 상환용으로 6000만달러는 기존 단기조달 자금을 중장기 전환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은 보유중인 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매각제한이 풀리는 내년에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BIS비율 하락을 우려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인수·합병 등으로 BIS비율이 낮아질 것을 대비해 발행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행조건이 공개될 경우 시장에서 불리할 수 있어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발행 예정은행들은 연내에 차입을 해야 자금흐름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연내 추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연내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2월초에는 로드쇼에 들어가야 해외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덧 붙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외화차입 증가로 중단기 외채비중이 늘어나 재경부에서 발행 은행 순서를 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느 은행이 먼저 차입을 결정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 차원에서 은행들이 발행을 추진하려하기 때문에 일정이나 조건이 확정돠는 대로 재경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며 “발행 지연은 최근 외화차입 증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은행의 BIS 기본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기본자본의 15% 범위내에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허용했다.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고 채권처럼 이자도 지급되는 신종자본증권은 국제결제은행이 규정한 자본으로 인정된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추진 현황> (자료 : 각 은행)
김영수 기자 a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