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들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가계부채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상환능력은 크게 저하된 가운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상해 금융비용 부담은 늘고 있다.
여기에 카드사들마저 한도를 줄임에 따라 일시적인 생활자금을 융통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국내 가계의 금융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186조원 늘었다. 지난 6월말 현재 차입과 카드대출을 포함한 금융부채는 397조5000억원으로 지난 97년말의 211조2000억원 보다 186조3000, 규모로는 88.2%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개인의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비율(금융자산/금융부채)’은 올 2분기 2.2배로 외환위기 이전인 96년의 2.4배보다 낮아졌다. 특히 이러한 부채비율은 프랑스의 5.5배, 미국의 4.2배, 그리고 일본의 3.7배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편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의 60%는 연간수입 대비 부채비율이 250% 이상인 것으로 금감원은 분석했다. 특히 전체 고객의 70% 정도가 부채비율 250%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기존 대출고객 10명중 6명은 만기를 연장하거나 새로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차등금리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금감원이 부채비율 250%를 기준으로 소득에 비해 대출이 많은 차주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하고 금리에 차등을 두기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객들은 미래의 신용창출 가능성을 바탕으로 일정 부분 제도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나마 어렵게 됐다.
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을 필두로 설정비가 부활됐고, 국민은행이 신규대출 자금부터 금리를 인상해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적게는 0.6%에서 많게는 1.0%에 달하는 비용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유지해온 정기예금 금리마저 0.1∼0.2%P 인하했고 다른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의 신용상태가 급속히 불량해졌다기 보다는 신용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늘게 돼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의 입장에서도 달갑지는 않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다보니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한도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은행 카드사업부에 이어 전업계 카드사들도 내년부터 현금서비스 한도액 중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도 1%의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은 현금서비스 한도액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자율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서민들의 마지막 자금 융통수단인 대금업체들도 신규 대출을 상당히 축소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로 가면 된다”라는 자조섞인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