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부터 가동된 지급결제은행(CLS, Continuous Linked Settlement)에 국내 은행의 참여저조로 올해안에 가입을 추진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상업성 측면에서의 수익성,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부담, 국내 금융시장의 환경 및 불안 등으로 가입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CLS가입 가능성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 市銀 ‘수익성등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은 CLS가입으로 국제 외환결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이에 따른 건전한 BIS제고 등의 이유로 시중은행들의 적극적인 가입을 유도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한은은 시중은행중 외환결제가 가능한 미달러화 클리어링(Clearing)시스템을 갖춘 국민, 외환은행 등의 CLS 가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은 사업성과 기대효과 등을 검토한 결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 가입을 미루고 있다.
특히 CLS은행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출자금 59억원을 납부해야 하며 전산시스템 구축에 36∼48억원이 소요된다. 약 1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아주 적다는 결론을 낸 것.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구도 속에서 영업이익 조차 내기 힘든 상황인데 수익성이 의문시 되는 사업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을 여력이 있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며 “CLS가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간접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금융시장의 풍토를 감안해 볼 때 국민, 외환은행(이용자 은행) 등이 CLS에 가입하더라도 나머지 은행들이 이들 은행들에 제3자 고객은행으로 편입할 것인지도 의문시된다”고 덧붙였다.
■ 한은 공동운영 방안도 모색
한은은 국제적으로 원화에 대한 결제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CLS가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한 은행이라고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외환거래액의 80%를 차지하는 원/달러 매매거래는 미국과의 영업시간 차이로 인해 원화지급후 최장 15시간이 지난 뒤에야 미 달러화를 받을 수 있게 돼 결제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 CLS에 가입하게 되면 외환동시결제가 가능해져 이같은 시차에 따른 결제리스크가 사라지고 당일 결제가 확대되며 전산을 통해 실시간 결제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FRB, 일본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현재 CLS를 통해 외환시장개입 거래를 결제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CLS에서 소외됐을 때 국내 외환시장을 외국은행들에 빼앗기고 시중 은행들은 이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해안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해야 오는 2004년이나 가동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시중 은행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가입이 힘들어 지고 있다”며 “한은의 특성상 특정은행에 대한 출자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중은행들이 국제적인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컨설팅 비용을 줄이는 등 자체적인 투자금을 마련, 참여해야 한다”며 “한은도 참여 은행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싱가폴의 경우처럼 참여은행들이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공동으로 출자·운영하는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과 외환시장운영협의회 등은 네팅(Netting)결제를 통해 국내 은행간 외환거래에서 차익만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운영협의회 관계자는 “당초 예정대로 라면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은행들의 반대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행을 위해서는 참가기관 설문조사→전문위원회→결제시스템 등에 대한 법률자문→외환시장운영협의회의 결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kys@fntimes.com
CLS(지급결제은행, Continuous Linked Settlement)은행 : CLS은행은 외환거래과정에서 국가간 영업시간대의 차이로 인해 매도통화는 지급했지만 매입통화(달러)를 받기전에 거래상대방의 파산으로 지급이 불가능해지는 리스크를 막기위해 국제결제은행의 권고로 1999년 6월 뉴욕에 설립됐다.
CLS은행은 전세계 17개국 66개국 대형 금융기관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첫 결제통화는 미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등 7개 주요 통화이며 내년에 싱가포르 달러 등 4개 통화가 추가될 예정이다.
김영수 기자 a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