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는 전산부서의 인력 구조 문제로 항상 고민해 온 만큼 외환, 조흥은행의 조치가 갑작스런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역피라미드형 구조인 전산부서는 외형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실제 개발 업무를 수행할 직원은 부족하고 관리 및 운용 인력은 많아 조직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은행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IMF를 거치면서 은행 전산부서에서도 신입직원을 뽑지 못해 상위 직급 직원들이 늘어나게 됐다. 자연히 인력구조가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해 직급과 직무간 괴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고참 직원들이 많다보니 신기술을 받아 들이고 연구,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둔화돼 업무 효율성이나 조직의 활력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금융이 발달하면서 전산시스템과 은행의 경쟁력이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전산 조직의 생산성 저하 현상을 방치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 외환, 조흥은행이 영업점으로 내보낸 직원들은 대부분 고참 차장들이다. 전산부서내 업무 노하우가 집중된 계층이다. 조흥은행이 영업점으로 발령낸 직원들중에는 최근 몇 년간 차세대시스템 준비반을 맡아온 팀장도 포함돼 있다. 은행들이 주요 프로젝트의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전산부서 인력 재개편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은 근본적인 인력 구조 개선 방안으로 직급이 아닌 직무 중심의 평가 및 보상제도를 들고 있다. 이런 제도가 마련되면 직원들이 빠른 시간내에 특정 직무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으며 은행 입장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내부 전산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메인프레임에 의존하던 은행들이 유닉스 등 신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인력 재개편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닉스 시스템을 갖추면 메인프레임 운용 인력이 불필요해지며 외부에서 유닉스 관련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 아웃소싱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우수한 인력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계정계 정보계 전체를 유닉스 시스템으로 변경하면서 메인프레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인력 구조를 개선하게 된 사례다. 차세대시스템 개발 작업이 시작되는 내년초부터는 직무별 직원 평가 보상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반면 은행권의 전산부서 인력 재개편 작업은 업무의 연속성 단절, 내부 사기 저하 등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내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은행 전산부서에서는 다른 부서와 달리 도제식으로 업무를 가르쳐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다. 그러다 보니 직장 상사라기 보다 ‘선배’라는 개념이 강하다. 선배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대거 영업점으로 발령을 받으면 이를 지켜보는 전산부서 전체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런 후유증을 극복해도 체계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내부 전문가를 확보하지 않으면 모처럼 시작한 전산부서 인력 구조 개선 작업이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