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이 시중은행들의 인터넷뱅킹시스템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금결원은 백업시스템, 하드웨어 등의 공동 활용에 관한 기획안이 구체화되는 대로 은행들과 시행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2일 금융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국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이 마비돼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은 이래 금결원이 은행권의 공동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결원의 김상래 상무는 “월말에 인터넷뱅킹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은행마다 시스템 용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최대 사용시점과 최저 사용시점의 용량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무턱대고 시스템 증설에 투자할 수 는 없다”며 “월말과 연말 등에만 은행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도입하거나 백업시스템을 만들어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인터넷뱅킹을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열풍이 불던 지난 99~2000년 사이에 은행들이 독자 인터넷뱅킹 시스템 구축에만 30~40억원을 들였고 이후 은행간 경쟁 때문에 모바일, TV뱅킹 등 온갖 신규 서비스 시스템을 덧붙여 이를 유지 보수하는 비용만도 만만치 않다”며 “은행간 인터넷뱅킹 서비스 내용이나 컨텐츠가 비슷해졌기 때문에 조회 이체 등 기본적인 거래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백업시스템이나 ASP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결원 기획안이 마련되는 대로 은행들과 실행 방법에 관한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1448만명이다. 인구 4명당 1명 꼴로 인터넷뱅킹을 쓰고 있는 셈이다. 주 5일 근무제 이후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나는 등 인터넷뱅킹이 대중화단계에 들어섰다. 실제로 국민은행도 주 5일제가 시작된 7월 이후 한달만인 지난달 말에 트랜잭션 건수가 연중 최고치에 달했다.
반면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시스템 운영 및 관리체계는 이런 고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달 고객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인터넷뱅킹 서버 한대가 소화할 수 있는 동시접속자는 500명이며 대부분의 은행들은 보통 10대 미만의 웹서버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옛 국민은행 웹서버의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1만3000명이다.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시스템은 이렇게 종종 마비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지만 이를 보완해 줄 백업시스템을 갖춘 곳은 부산은행 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말 거래건수를 감안해 시스템을 늘렸다가는 한달에 20일 이상은 비싼 장비를 놀려야 한다”며 “백업시스템, ASP 등을 도입하면 트랜잭션을 분산시켜 안정성을 높이고 한쪽 시스템이 다운돼도 다른 한쪽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