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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칼럼] 그린스펀이 ‘신뢰’받는 이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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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7-2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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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덕목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단연 ‘신뢰’가 으뜸을 차지할 것이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는 것 이상으로 설득력있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 이는 국가정책을 가장 힘있게 추진해 가는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때론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제하는 주요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라는 어려운 사태에 직면했을 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취한 행동양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내의 자본시장은 물론 세계 여러 곳에 산재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그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주요 증권·외환시장을 마비시킨 그 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엔 주가 대폭락 사태에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고위관리 또는 관계자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슐츠 국무장관은 중동에 가 있었고 제임스 베이커 재무부장관은 스웨덴으로 출장 중이었다.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결정권자인 FRB의 그린스펀 의장도 그 날 아침 텍사스의 댈러스로 떠나 자리에 없었다. 미국의 주요 은행장들이 모두 모이는 미국은행가협회 연차총회에 FRB의장이 된 후 처음으로 참석, 기조연설을 하기로 돼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던 그는 댈러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FRB에 전화를 걸어 월가의 마감지수를 물었다. 대폭락 장세의 지속이라는 대답이었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태연하고 침착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백악관에선 허워드 베이커 비서실장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급거 워싱턴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하고 모든 일정을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였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연막전술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도 모르게 ‘위기관리팀’을 소집토록 지시했다. 이 팀은 그가 취임 직후 만든 의장직속 기동전략기구였다. FRB내에서조차 팀의 존재여부, 구성요원, 임무 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FRB의 국제금융국장, 은행감독국장, 비서실장 등 주요부서장들로 구성된 한시적 팀이었다. 이 위기관리팀은 그린스펀 의장의 진두지휘아래 즉각 미국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뉴욕연방준비은행 등과 연결해 놓은 핫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 영국 독일 일본 등 강세통화국들의 중앙은행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사태수습에 나섰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초기의 충격이 가라앉고 시장혼란도 수습돼 갔다. 미국내의 주식시장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외환시장도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금융기관, 딜러 나아가 일반 투자자들도 다시 시장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가속화돼 갔다.

사태를 신속하게 수습 정상화시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 그 동안 꾸준히 쌓아온 FRB의 공신력 즉 ‘신뢰(confidence)’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FRB를 정점으로 시장안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지역 연방은행들과 다양한 금융시장의 관계자들,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 간에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공유해온 FRB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상대방을 ‘신뢰’했기 때문에 공동보조가 이루어질 수 있었고, FRB와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강세통화국 중앙은행들과의 대화도 가능했던 것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인 ‘신뢰’가 무기가 되어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는 수습책도 각국간에 각색이 첨가되지 않고 추진할 수 있었고, 정책의 원형대로 관련국가들이 수용, 시장에 적용했다. 훗날 한 평론가는 당시 중앙은행간의 이같은 협조적 노력을 가리켜 ‘신뢰의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국민과 정부간,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금융에 관한 ‘신뢰’가 항상 돈독하게 유지되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점이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큰 장점이고 이 점이 그로 하여금 4명의 대통령을 모시도록 하는 장수비결이 아닌가싶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믿음’을 잃으면 성취되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허사가 된다. 확고한 ‘신뢰’의 기반 위에 달성되는 것만이 영원할 수 있다는 명언을 생각해 본다.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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