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들이 금융권 재해복구시스템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무리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안에 따라 올 연말까지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금융사들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잇따라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 구축 업체 선정에 돌입함에 따라 이를 레퍼런스로 확보하기 위해선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삼성SDS, LG CNS, SK C&C, 현대정보기술 등 대형 SI업체들이 기본에도 못 미치는 터무니없는 수주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업계의 경우 시스템구축규모가 약 50억원 가량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초기 시장을 선점해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이들 SI업체간의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한 실정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모 SI업체의 경우 심지어 시스템개발비를 받지 않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재해복구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증권사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SI업체들이 대부분 중복돼 있어 다른 증권사들도 이 같은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소형 증권사도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적어도 2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최근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SI업체들 중에는 이 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해복구시스템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증권사는 현대 한화 교보 SK 세종 미래에셋 메리츠증권 등 모두 7개며, 이 가운데 한화 교보증권은 최근 증권전산을 구축 사업자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 교보 SK 세종 미래에셋 등은 빠르면 이 달 말쯤 되야 최종 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보여 SI업체들간의 ‘제살 깍아먹기식’ 가격경쟁은 갈수록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SI업체 관계자는 “이같은 가격경쟁이 결국 시장을 죽이는 것 밖에 되지 않지만 최근 대부분의 SI업체들이 금융권 시장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