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뉴욕 외환시장 종가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3월말 대비 3.5%, 유로화에 대해 4.9% 각각 하락하였다. 한국 원화에 대해서도 지난 3월말 1330원을 웃돌던 것이 7일 1280원 아래로 떨어졌다.
향후 전망과 관련하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관론, 즉 향후 달러화의 추락에 대한 우려는 아직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미국경제의 기본여건은 아직 건실한 측면이 많아 달러화가 일정기간 조정을 거쳐 일본 엔화에 대해 반등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달러가치가 강세로 반전하더라도 연초에 제기됐던 대폭적인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는 상당폭 해소된 상황으로 평가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 동안 달러화가 너무 고평가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원(IIE)의 버그스텐 소장은 달러화가 적정한 수준에 비해 20% 이상 고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미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작년에 4170억 달러(GDP의 4.1%)를 기록하였고 금년에는 5000억 달러(GDP의 5%)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하여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유도했던 1985년 플라자협정 당시의 적자비율 3%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들어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줄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달러화 가치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과 유로 지역간 금리격차 축소로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채권투자 자금유입이 감소하고 있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 및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잠재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미국채권에 투자된 일본자금도 미국을 빠져나갔다. 유럽 주가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주식투자 자금이 미국에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미국경제의 펀더멘탈, 즉 기초체력이 유로 지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히 건실하다는 것이다.
작년 4/4분기 중 미국의 GDP는 연 1.7% 증가한 반면 유로 지역과 일본의 GDP 는 각각 0.7%, 4.8% 감소하였다. 금년 1/4 분기 중 미국은 연 5.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유로 지역과 일본은 각각 1% 내외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4분기 중에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 3~4%로 유로 지역에 비해 1% 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주요 투자 은행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내수부진으로 금년 2/4분기부터 GDP 증가율이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미국자산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해외로부터 자본이 유입돼 달러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1/4 분기 중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8.6%를 상회한 반면, 실업증가 등으로 인해 단위당 노무비는 5.4% 하락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와 같은 노무비 절감은 기업의 수익증가로 이어져 주가상승의 요인이 될 것이다. 메릴린치는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금년에 21%, 내년에 19% 증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환율정책의 기조와 관련하여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유지해 온 ‘강한 달러’ 정책을 당분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할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자본탈출과 이에 따른 미국 주가폭락, 그리고 역자산효과에 따른 소비감소와 경기침체가 크게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경기회복을 확실하게 확인하기 까지는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닐 재무부장관이 지난 5월 1일 의회에서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증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주가의 하락세는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기회복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임을 예고함에 따른 실망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주요 투자 은행들은 재고확충을 위한 생산확대가 완료됨에 따라 GDP 증가율이 1/4분기 5.8%에서 2/4분기에는 3~4%로 낮아지고, 투자회복이 지연될 경우 하반기에도 같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도 이런 미국경제의 기본여건에 대한 재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다소 낮아지더라도 유로 지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높을 것이 확실하다. 현 시점에서 달러 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달러화는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조정을 거치면서 당분간 약세 기조를 유지하여 현재 달러당 127엔대에서 125엔 전후까지 하락한 뒤 그 이후 강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 은행들은 달러화가 3/4분기까지 약세 기조 하에 125엔을 바닥으로 반등하여 오는 연말에는 130엔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