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드펀드 등 다양한 형태 예고
내년부터 투신운용사에 수익증권 직판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로 향후 수익증권 판매 구도 재편이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수익증권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은행권의 움직임도 중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여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치열한 판매 경쟁이 본격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금껏 수익증권의 핵심 판매기능을 담당했던 증권사들의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투신사 직판이 단지 투신운용사가 직접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획일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터넷 판매 등 다양한 형태로 출몰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투신사 직판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와 인식 제고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투신사 직판이 허용될 경우 판매수수료가 없는 노로드 펀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업계에 미칠 영향은
우선 투신사 직판은 새로운 규제의 철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미국의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와 뱅가드 등은 대표적인 투신사 직판 케이스. 판매수수료가 없는 노로드펀드를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간에 알려지고 있는 것처럼 투신사 직판은 투신사가 지점을 설립해 판매조직을 갖춰 판매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투신사 실정으로는 이 같은 구상은 불가능할 뿐더러 여력도 없고 정부가 허용하려는 취지와도 크게 배치된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직판이라는 개념은 판매수수료가 없는 것을 뜻한다”며 “증권사가 투신사 직판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직판 범주에 해당된다”고 발했다. 그리고 투신사 직판이 이루어져도 투신사가 직접 상품을 팔고 증권사는 팔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가 상품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투신사 직판 상품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증권사들은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운용보수 일부를 취득하는 선에서 투신사 직판 상품을 팔 것으로 보인다”며 “투신사 직판은 형태가 다양해 설사 관련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초기에는 투신사가 개인이 아닌 기관 대상의 마케팅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기관들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운용사와 직접 운용하는 상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 상대의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는 자체 판매조직 구축과 인력 확충, 판매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가 남아았다.
■ 은행권 움직임도 변수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은행권의 움직임이다. 최근 들어 은행들이 저마다 수익증권 판매 강화를 추진하면서 투신사의 판매 전략도 바뀌고 있다. 당장 대형사인 삼성투신은 은행권의 판매망이 수익증권 판매 구도에 엄청난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보고 향후 대응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등 일부 투신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더구나 증권사와 은행권의 경쟁으로 인해 보수배분비율이 떨어지는 점도 증권사 수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투운용과 대투운용도 지금까지 모회사 위주의 판매에서 앞으로는 은행 판매망도 적극 활용할 태세라 증권사 일변도의 판매 구조는 상당 부분 변화될수 밖에 없다. 이미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이달 9일 기준으로 은행권의 전체 수익증권 판매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의 70조 규모에 비해서는 아직 열세지만 은행 판매망과 고객 수를 감안할 경우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
특히 국민 씨티은행등은 조직내에 투신영업부를 별도로 두고 지점관리와 교육 등 수익증권 전문조직을 갖추고 있어 대형증권사와의 본격적인 경쟁 예상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 직판 도입 실효성 있나
그렇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직판 도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 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단합해서 투신사 상품을 전면 거부할 경우 발생할 후유증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투신사 직판을 허용하는 것은 과거 일체형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작년 한투와 대투를 증권사와 운용사로 분리해 펀드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섣불리 결정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강조했다.
일부 증권사는 투신사 직판 상품이 출시되면 해당 투신사의 상품은 팔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등 증권사들의 강한 반발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신사와 증권사 등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만큼 정부도 그렇게 쉽게 직판을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