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신한은행 대회의실에서는 은행의 주요 부서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색적인 기업설명회가 벌어졌다. 은행의 재무상태와 업무현황은 물론이고 신한은행 고유의 기업문화와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대한 세부적인 보고가 2시간여에 걸쳐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됐다.
보고를 듣는 대상자는 지난 9월 외부에서 새로 선임된 조윤제(現서강대 국제지역연구원), 이정보(前보험감독원 원장), 그리고 정갑영(現외교통상부 통장성책 자문위원) 사외이사로 기업설명회는 이들 사외이사들의 요청에 의해 마련됐다.
신한은행측도 여느 IR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보고자료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보고 역시 진지하고 성의 있게 진행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은행의 사외이사는 이름 석자만 내밀어도 자기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인사들이 선임돼, 이른바 ‘얼굴마담‘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따라 확대이사회 등에 참석하는 정도로 임무를 다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사외이사들은 이러한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나 사외이사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조윤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라도 은행의 업무현황은 물론 기업문화, 그리고 비전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사외이사는 은행 경영의 들러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나서 주주가치를 높여야 하는 경영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즉 은행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주주가치 극대화와 은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스스로 찾는 것이 사외이사의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조사외이사는 또 “기존에는 사외이사들이 은행의 얼굴마담 정도로 인식됐고, 또 본인들도 그렇게 행동했지만 앞으로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며 “특히 은행에서도 보고자료를 작성하고 보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등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인 것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