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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총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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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1-11-07 21:41

[苧洞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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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벼슬자리에도 그 격(格)이 있다. 비록 세속적인 이득이나 힘은 여느 벼슬만 못해도 이름만으로도 권위와 무게가 있는 자리가 있는 법이다.

민생이야 산으로 가는지 물로 가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어 욕을 먹고 있는 입법부는 물론이요 위에서부터 말단까지 총체적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는 행정, 사법부의 관리들과는 달리 이런 비난의 대상에서 한걸음 비켜서 있는 그런 자리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라는 자리도, 대외적인 ‘끗발’은 이런 정치인이나 관리들에 못 미치나 그위치는 이들과 차원을 달리해 격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자리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은 총재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비록 현재는 은행감독원이 분리되어 힘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권위는 여전하다. 나라돈의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중앙은행의 상징성뿐만 아니라 통화신용 정책을 기획하는 기관의 최종 책임자가 아닌가. 나라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어찌되는가는 우리가 이미 외환위기, IMF체제라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 절감한바 있다.

그래서 부총리까지 하고서도 다시 한은 총재로 불러주면 기꺼이 오는 것이다. 이는 비록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중앙은행의 위상을 특별히 감안해서 대접하고 있다.

본인하기에 따라서는 장관보다도 더 영향력이 있기도 한 것이 중앙은행의 수장 자리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예를 찾아보기 어려워도 이러한 살아있는 전설이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그린스펀이 아닌가. 전세계적으로 그린스펀의 지명도나 영향력이 클린턴 시대의 유명한 루빈(클린턴 대통령 당시의 재무장관, 현재 시티금융그룹 회장)이나 현 부시 정권의 폴 오닐 재무장관 보다 더 크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권은 정당을 바꾸어 넘어가며 무수한 벼슬자리가 교체되어도 중앙은행의 수장 자리만큼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1950년 한은이 처음 탄생한 이후 초대 구용서 총재부터 현 전철환 총재까지 모두 21명의 총재가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51년간 21명의 총재가 재직했으니 평균 재임기간이 2년 5개월여에 불과하다. 법에 정해진 임기를 제대로 채운 총재가 몇 안된다.

초대 총재는 1년6개월 만에 그만두고 4대 배의환 총재는 4개월, 8대 이정환 총재는 6개월의 단명으로 물러났다.

그 와중에서도 9대 김세련 총재와 17대 김건 총재는 4년 임기를, 2대 김유택 총재는 5년, 11대 김성환 총재는 무려 8년간을 장수할 수 있었으니 행운아라고 하겠다. 다수의 총재가 임기를 다 채우기 어려웠던 만큼 처신하기 어려운 자리이기도 하다.

이런 한국은행의 수장 자리가 내년 3월이면 현 전철환 총재가 무사히 4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한국금융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나름대로 기여하며 4년 임기를 무사히 마친다는 사실은 전철환 총재의 개인적인 축복일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으로서도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내외적인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은총재의 4년 임기를 지켜준 임명권자의 배려에는 개인적인 좋고 나쁨을 떠나 전 금융인들이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한은 총재 자리에 4개월 가까운 임기를 남겨 놓고 전철환 총재 이후를 점치면서 벌써부터 말이 많은 모양이다.

하기야 야망이 있는 금융인이면 누군들 한번 도전해 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다시 한번 해보겠다는 이나, 지근거리에서 금의환향을 꿈꾸고 있는 이나, 화려한 재기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나, 대학 연구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이나, 이 벼슬 저 벼슬 다해보고 이제 한은 총재까지 해보겠다는 욕심 많은 사람이나, 모두 우선 자신이 과연 변혁의 시대, 정권의 향배와는 상관없이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를 지킬만한 자질이 있는지 되돌아 본 연후에 신발끈을 고쳐 맬 일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일수록 능력 있는 재상이 더욱 그리운 법이요 집안이 궁핍할 때 일수록 주부의 아껴 쓰는 손길이 더욱 긴요한 법이다. 나라 경제도 세계화 했는지 미국경제와 더불어 우리 경제도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작금, 정권 교체라는 변혁기에도 초연하게 서민 경제를 지켜줄 훌륭한 한은 총재의 모습이 더욱 아쉬운 시점이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될 전철환 총재의 건승을 기원한다.

<강 종 철 편집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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