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이 외부영입 임원과 기존 은행 실무자들간의 감정대립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한미은행의 하영구 행장은 취임 직후 선진금융 시스템을 조기에 정착하고 조직을 안정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씨티은행에서 본부장급 임원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영입된 임원들과 실무자들간의 융합이 쉽지 않은 상황. 물론 한미은행 직원들과 노조는 불만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지만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장기화될 경우 은행발전을 저해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무자들의 불만은 본부장들의 과도한 보고서 요구에서 시작됐다. 본부장들은 해당 부서의 실무자들에게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보고서를 제출토록 요구해 야근이 잦다는 것이다. 더욱이 본부장들이 요구하는 보고서는 과거의 데이터를 반드시 첨부해야 하는 이른바 씨티은행식의 보고서를 요구한다는 데 따른 불만이다.
물론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업무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지만 기존 한미은행의 영업방식을 마치 구시대의 뒤떨어진 영업방식으로 치부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은행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외부 영입 인사들의 자질을 거론하는 분위기다. 씨티은행은 선진금융기관의 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 영입인사의 근무 경력과 업무의 전문성을 평가했을 때 기존의 내부 임원보다 객관적으로 앞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미은행 한 관계자는 “본부장들이 씨티은행에서 근무한 연수나 업무내용을 비교해보면 은행의 기존 임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한가지 업무에 집중해 업무의 전문성은 높을 수 있으나 시장과 은행의 전반을 파악하는 능력은 시간이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미은행 직원들의 이러한 정서는 기존 은행 시스템의 평가절하와 취임이후 영업력의 증대 등 가시적인 성과물이 도출되지 않자 발생했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반년도 경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업적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높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