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위험보상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벤처투자 보상제도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털 성격에 반할뿐만 아니라 업계의 구조조정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제도 도입이 전시용 행정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에 투자하는 창투사 등 투자기관들이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투자 손실분을 보상받을 수 있는 ‘벤처투자위험 보상제도’가 내년 도입된다.
이를 위해 기보는 연내 법령개정을 추진해 1000억원을 한도로 100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영한다. 벤처 투자위험을 보상받게 되는 금융기관들은 연 2∼4%의 보증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며, 투자가 성공한 경우에는 자본이득의 30%가량을 기보에 나눠줘야 한다.
보상 계약기간은 3∼5년 사이에서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투자를 받은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되는 경우 기보에 사업성공 보수를 특별출연토록 할 계획이다.
보증 대상 기업은 평가등급이 일정수준 이상인 기업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예비창업자 및 창업초기 벤처형 기업이 중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도입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창투사들의 투자위험에 대한 회피 조장이다. 게다가 당연히 전제되는 벤처투자의 리스크를 정부 예산에서 보호해주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도 있다.
기술성, 사업성 검토를 전문으로 하는 창투사들이 과연 보험에 가입할지도 의문시 된다. 이는 마치 펀드매니저에게 주식투자에 대한 보험에 들라고 하는 것과 같다.
벤처 살리기 차원에서 고육지책으로 이 정책이 나왔을지는 모르지만 리스크를 판단해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투자심사기법을 갈고 닦아야할 창투업계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가입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한다는 측면에서도 볼 때 벤처투자보험의 경우 보험의 기본 원칙인 ‘대수의 법칙’에도 어긋난다. 대수의 법칙이란 다수의 보험가입을 통해 보험계약(벤처투자)에 따른 위험을 적절히 분산시킨다는 것. 다수의 보험가입이 될지 요원하고 투자수익의 공유가 리스크의 분산인지도 의문이다.
창투사 한 관계자는 “제도 도입의 취지는 인정이 되나 대형 창투사는 여기에 큰 관심이 없고, 아직 트랙레코드가 없는 신생사들만 벤처투자 보험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보가 이 제도 도입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거나 수수료 수입을 받기보다 창투사들이 자생력을 가지고 벤처산업을 이끌어갈수 있도록 보증지원에 역점을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