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의 신용평가 방법으로는 벤처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신용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이 벤처기업 평가등급을 별도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가 전혀 다른 등급을 개발함에 따라 벤처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어 통일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신정과 한신평이 벤처기업 평가등급을 별도로 개발했는데, 한신정의 경우 평가등급을 VA1~4, VB1~3, VC1~3, VD 등급 등 총 12개 등급으로 나눈데 반해 한신평은 V1~V5까지 5등급으로 나누고 V2~V4까지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개념을 도입, 서로 전혀 다른 등급을 메기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벤처기업의 회사채 신용평가가 평가사 마다 달라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의 회사채 신용등급처럼 통일된 등급이 있어야 하는데 신용평가사 마다 등급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 벤처기업의 회사채 신용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신용평가사는 현재 벤처기업 평가시장이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 자사의 평가등급을 표준으로 결정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에 들어갔다.
한신정은 현재의 기업조직으로는 미래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낮지만, 보유기술이 대단히 우수해 다른 형태의 기업조직이 결합된다면 우수한 현금흐름 창출이 예상되는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VA4와 AB4 등급을 주도록 하는 등 등급 세분화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등급을 개발했다. 한신평의 등급 구분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신평 관계자는 “한신평은 지난해 6월 평가등급을 이미 개발한 상태이고 한신정은 최근에 이를 완료했다”며 “통일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본드나 CP의 경우도 일정기간이 흐른 후에 통일화된 만큼 벤처기업 평가등급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벤처기업 신용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올 초 정부가 민간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가 지정한 보증기관에서 보증하는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하기로 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 3사는 평가담당 인력을 총동원, 1000여개에 달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평가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의 회사채 신용평가 방법으로는 벤처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고, 이에 따라 벤처기업만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모델을 새롭게 개발하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벤처기업 평가시장이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양 신용평가사가 자사의 평가등급을 표준으로 정하기 위해 시장선점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통일화된 벤처기업 평가 모델을 수립하는 데 양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성희 기자 shfr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