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지난해까지는 CRV 설립을 통해 자체적으로 부실자산을 정리해 매각 단가를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부실자산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서 부실자산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무엇보다 부실자산을 조속히 처분하고 은행을 클린화해 고객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자산관리공사에 부실자산을 대량으로 매각케 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금융기관이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는 부실자산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의 1월말 현재 부실채권 매입액은 8795억원에 불과했지만 2월말에는 1조5566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자산관리공사는 2월말까지 총 2조4361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1조1036억원에 매입했다. 평균 매입률은 43.5%였다.
금융기관별 부실채권 매각현황은 서울은행이 1월에 75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했고 광주은행도 256억원을 매각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자동차 채권 7876억원어치를 2월 15일에 매각했고 대우자동차채권과 관련 한빛(3070억원), 조흥(1529억원), 외환은행(1298억원)과 삼성생명(1361억원), 교보생명(251억원)도 매각을 완료했다. 2월16일에는 6개 상호신용금고가 115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다시 대량 매각에 나서는 것은 더이상 대량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부실채권을 조속히 매각해 클린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라며 “매각률을 높이기 위해 자체매각을 진행했다가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