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기업금융에 강세를 보이던 전통의 기존 선발 대형은행들의 시장 점유률이 99년을 기점으로 크게 약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소매금융에 특화됐다고 인식되던 국민, 주택은행과 신한, 한미 등 후발은행들이 기업금융시장에서 왕성한 영업력을 보이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일, 서울은행 등 외국계 출신이 경영을 맡고있는 은행들은 소매금융에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대출금을 줄여나가 시장 점유율도 크게 떨어지는 등 은행권의 기업금융시장에 판도변화가 일고 있다. <표 참조>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99년말 대비 2000년말 기업에 대한 대출금 현황을 보면 대출금 총액은 19%이 가까이 증가한 117조6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99년말 기업원화대출 총액은 99조1000억원이었다. 주택은행은 99년 3조8700억원에 불과하던 대출금이 2000년말 7조8000억원으로 10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비율도 99년말 대비 2000년말 2.7%포인트 늘었다. 국민은행은 2000년말 기업대출금이 25조3000억원, 시장점유비율 21.5%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99년말에 이어 2000년말에도 11%가 넘는 시장점유비율을 나타냈고 하나은행은 2000년말 시장 점유비율이 99년말보다 1.4%포인트가 늘어 10%대에 진입했다. 한편 한미은행은 99년말 대비 2000년말 기업대출금이 33.9%나 증가하는 등 기업금융에서 뛰어난 영업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일, 서울은행 등은 소매금융을 특화하고 전문화하기 위해 기업대출 비중을 꾸준히 줄여 각각 11.6%, 0.7%의 대출금이 감소했고 시장점유비율도 평균 1%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반면 한빛, 외환은행 등 기업금융을 주도하던 대형 은행들의 시장점유비율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한빛은행은 99년말 18.6%를 차지하던 시장점유비율이 2000년말 16.1%로 2.5%포인트 낮아졌다. 조흥은행도 시장점유비가 낮아져 하나, 신한은행과 비슷한 수준인 10.8%로 떨어졌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