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직접 대부제 실시를 앞두고 은행들의 전산망을 이용하면서 대출 상환금의 적체를 통해 수수료 지급을 대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은행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제시하는 적체기간은 너무 짧아 은행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마이너스 수익이 예상된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현실에 맞는 수수료 지급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전산시설 및 창구 이용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요구를 거부했을 때 급여이체 기관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로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있는 실정이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3월부터 시행되는 공무원에 대한 직접대부제를 실시하면서 은행의 전산망과 창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은행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은행 상품개발 부서 담당자들과의 회의를 갖고 전산개발과 업무협조를 의뢰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은행들이 업무를 대행하고 전산 시설을 이용케 하는 대신 이틀간 대출 상환금 적체기간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신 대출 상환금을 일정 기간 적체토록 하려는 것은 은행 전산망을 공짜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수수료를 지불하던지 최소한 5일 이상의 적체기간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상환금을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에 이체하면서 투입되는 비용은 건당 1000원이 넘는다”며 “대출 상환금 적체로 수수료를 대신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1주일의 적체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부분 은행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주장이 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드러내 놓고 반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직접대부제에 협조를 하지 않는 은행에 대해 불만을 품고 공공기관의 급여 이체를 다른 은행으로 바꿔버린다면 은행 수익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은행의 사정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현실적인 수수료를 지급 방안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