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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 한미-하나銀 합병에 새 ‘변수’

박준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12-03 23:15

명확한 입장표명 없이 차일피일 미뤄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이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계와 정부는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의 자금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미은행의 외자유치만 끝나면 한미·하나은행은 당장에라도 합병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정작 자금이 들어오자 한미은행은 대주주인 칼라일이 명확한 의사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합병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하나은행도 외자유치 이후에도 한미은행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독자생존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합병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칼라일 아시아 지역 김병주닫기김병주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언론과의 접촉 때마다 ‘조만간 발표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원론만 되풀이할 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두 은행의 합병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한미 하나은행의 합병을 추진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른바 공적자금이 한푼도 투입되지 않은 은행을 놓고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칼라일 그룹측이 실사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합병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 관계자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계 일각에서는 칼라일 그룹이 한미 하나은행의 합병을 두고 정부측과 모종의 협상을 벌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심심찮게 흘어나오고 있다. 뉴브릿지 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정부와 맺었던 ‘풋백옵션’은 아니더라도 합병에 따른 보상을 충분히 얻어내기 위해 칼라일측이 무언가를 도모하려 하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두 은행 합병의 필요성은 정부가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일이고 합병이 늦어질수록 초조해지는 것도 정부다. 결국 칼라일은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이용해 어떤 보상을 요구할 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시각이다.

한편 금융계 일부에서는 한미은행과 칼라일이 합병 파트너로 하나은행 외에 다른 은행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회장은 본지를 포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나은행은 합병파트너로 매력적인 상대지만 실제로 합병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지는 실사 결과를 봐야 안다”며 합병파트너로써 하나은행의 가치는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도의 전략적 차원에서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는 것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칼라일은 한미은행에 대한 실사를 벌이면서 하나은행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마쳤고 소문과는 달리 하나은행의 부실이 적다는 것을 확인함에 따라 하나은행으로부터 합병의 프리미엄을 얻어내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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