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들은 4개 은행의 전산통합 형태는 규모와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한빛은행 중심의 흡수통합 형태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있다. 전산규모 차이가 상당한데다 데이터 컨버전을 통해 단일시스템으로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통합작업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데이터 통합만 이뤄지게 되면 이기종 호스트도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호스트 기종은 광주은행이 HP기종의 유닉스 환경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 은행은 IBM호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흡수통합 방식을 취할 경우 3개 은행의 전산자원들은 단위업무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사상초유의 4개 은행의 IT동시통합 D데이는 내년 5월 5~6일 연휴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번 전산통합 작업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내부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여부이다. 평화 광주 제주은행의 경우 한빛은행으로 흡수 통합되는 지주회사 구도에 대해 강한 반발을 가지고 있는 만큼 IT통합도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평화은행의 경우 이미 삼성SDS와 함께 전산자회사인 넥스비텍을 출범시켰고 광주은행도 전체 은행업무를 유닉스기반으로 처리한 노하우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3개 은행 전산담당자들이 별도의 접촉을 통해 IT통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는 3개 은행이 중심이 돼 일방적 흡수통합을 지양하고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산인력 정리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전산통합을 통해 구조조정 효과를 가시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빛은행 전산직원이 420명, 광주은행이 100명, 평화은행 넥스비텍이 98명, 제주은행이 35명 수준이다. 4개 은행이 합쳐질 경우 총인원은 650여명 수준으로 비슷한 자산규모를 가지게 될 국민은행의 330명과 비교해 볼 때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전산인력의 개념과 아웃소싱 규모가 상이한 상황에서 단일한 기준으로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상업 한일은행 합병을 통해 상대적으로 비대한 전산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한빛은행과 3개 은행이 합쳐진다면 대대적인 인력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차세대시스템 개발 등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에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3분의1이상의 인력정리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전산지주회사 설립시 기존 은행조직으로 흡수되는 인력이 많고 지방은행 직원의 경우 연고지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IT지주회사로 흡수되는 인력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인력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금융권 IT인력의 공급부족 현상도 긍정적인 외부현실에 포함된다.
또 한가지 변수는 평화은행의 전산자회사인 넥스비텍이다. 평화은행이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전산자회사로 독립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SDS 인력이 3분의1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산통합이 결정될 경우 평화은행과의 기존 전산유지 업무계약의 파기가 불가피하고 넥스비텍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넥스비텍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충분한 자생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자본금 규모와 인력구성을 볼 때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전산통합 프로젝트에는 4개 은행이 포함되지만 직접적인 시스템 통합작업이 없는만큼 관련 직원들의 협조 여부에 따라 수월하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차 구조조정 당시 전산실 점거와 같은 극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조율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