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한미 하나은행 노조의 갈등은 합병을 앞두고 내부 직원 결속을 위한 것으로 경영진의 묵인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은행 노조의 주장에는 상대방 은행의 치부를 들춰내는 등의 내용만 있을 뿐 합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겠다는 행동지침과 의사표명은 없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은행 합병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던 JP모건-칼라일 그룹으로부터의 외화자금 유입이 15일로 확정됨에 따라 늦어도 다음주말까지는 양측 은행장간의 합병 선언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은행 노조는 지난 7일 하나은행 노조에 경고서한을 보내 앞으로 더 이상 흡수합병을 논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하나은행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한미은행 노조는 경고서한에서 하나은행은 단자사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하며 한미은행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고 내부통제 강화와 직원문책을 요구했다. 또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국종금, 개발신탁 등 추가 잠재부실로 독자생존이 어려운 하나은행에 대해 공세적인 흡수합병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한미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흡수합병을 논하는 것은 직원들의 불만과 동요를 흡수합병이라는 포장지로 덮어버리려는 것”이라며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와 합병에 대한 절박함 때문에 조직적으로 한미은행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노조는 한미은행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간주,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8일 사내 전자메일을 통해 은행 경영진들에게 합병의 주체성을 확고히 가지라고 요구했다. 하나은행 경영진들이 그동안 합병의 주체라고 주장했던 만큼 흡수합병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보람은행과 합병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미은행이 처한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한미은행의 주장은 일종의 피해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계는 두 은행 노조간에 벌어지고 있는 감정대립은 합병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부 직원들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합병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양측 노조의 주장은 은행 경영진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으로 경영진의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합병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