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들이 국내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5.6%다. 지극히 적은 점유율이지만 선물시장을 주도하는 ‘몰이꾼’이라는 측면에서 주가지수선물의 부산 이관문제에 대한 외국사의 입장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10월23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에 각 사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를 근거로 Amcham은 투자자 신뢰상실, 시장유동성 저하 우려, 결제위험 등을 근거로 정부에 부산이관 반대 의견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부산선물거래소와 선물업자는 자본이 영세하고 결제기금이 부족해 시장유동성 위기가 촉발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크레디리요네증권 관계자는 “옮겨서 실익이 없고, 증권거래소에서 잘되고 있는데 굳이 옮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부산이관이 이뤄졌을 경우 고객 이탈 가능성도 예측해 볼 수 있는데, 이는 외국인이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선물시장이 개장된 이후 1~2년은 외국사들이 불안전하다는 이유로 거의 참여를 안했었다”고 덧붙였다. 선물거래소 입장에서는 강펀치를 얻어맞은 셈이다. 사실 그동안 외국사들은 관망 내지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올초부터 부산이관 문제로 시끄러웠던 와중에서 한발 비켜나 매매에만 열중했기 때문에 국내 언론 또는 선물이관 이해당사자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주한미상공회의소의 서한발송은 선물거래소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선물시장이 외국인의 주도로 크게 출렁거리는 미묘한 시점에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발표 직후 주한미상공회의소를 방문해 회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냈다”며 “상공회의소의 선물이관 반대의견의 바탕이 되는 정보가 모두 증권거래소에 편향된 자료만을 참고했다”고 통박했다. 또한 그는 “내주쯤 상공회의소측에서 외국사들을 참석시켜 선물거래소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한미상공회의소의 참고자료는 모두 지난해 4월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선물거래소는 주장했다.
이 또한 선물거래소는 제프리존스 상공회의소 회장의 개인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나머지 외국증권사들과 상공회의소 직원들 조차 모르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선물거래소의 주장에 따르자면 증권거래소의 로비에 주한미상공회의소가 설득당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현재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주가지수선물의 부산이관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 팽배했던 정치논리는 한꺼풀 수그러들고 있고, 대신 경제 및 금융논리를 두고 양측은 팽팽한 입씨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부분은 양측이 서로의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쟈딘플레밍증권 관계자는 “부산으로 이관되면 돈ㆍ작업 등이 모두 둘로 쪼개지는 것이다”며 “증권거래소는 지금도 정착단계에 들어서지 못했고 가까스로 조금씩 신뢰도가 쌓이고 있는 실정인데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선물거래소가 어떻게 주가지수 선물을 끌고 나갈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증권거래소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경우 단말기에 떠야하는 알람이 늦을 때가 많다”며 “부하가 생겨 트레이딩에 지장을 주는 때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전체 선물시장의 활성화와 건전한 발전방향에 머리를 맞대도 모자라는데 서로 헐뜯기만 하는 ‘한심한 작태’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끝>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