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의 DR 발행과 관련된 소문은 올해초 DR발행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에서부터 최근 JP-칼라일 그룹으로부터 자금이 들어올지 의심스럽다는 것까지 질투성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금융계 일부에서는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며 무엇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미은행의 DR발행과 관련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는 데는 현재 대주주인 삼성이 평소 금융기관 인수와 경영에 대한 욕심이 크다는 데서 출발한다. DR발행의 배후에는 삼성이 있다는 소문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즉 삼성이 외국 회사를 통해서 JP-칼라일에게 ‘뒷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BOA로부터 지분을 인수받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이같은 소문은 더욱 신뢰를 얻고 있다. JP-칼라일 그룹이 참여하면 삼성의 지분은 9%로 떨어지고 설령 BOA의 지분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20%에 미치지 못하는데 삼성이 이 정도 지분에 만족할 리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한생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멕시코의 한 회사에서 출자 의사를 밝힌 적이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이 회사에 대한 정확한 실체 파악이 불가능했다”며 “이론상으로 삼성이 외국에 설립한 회사를 통해서 JP-칼라일측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자회사 설립에 전산관련 대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키로 한 후 최종 후보에 삼성SDS가 포함되면서 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미은행 DR발행과 관련 괴담이 난무하는 다른 원인은 지난 10개월동안 투자업체는 바뀌었지만 실사기관은 유지됐다는 점이다. 올해초부터 지금까지 살로몬스미스바니, 올리버위만앤컴퍼티 등 5개 전문기관이 각 부문별 전문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기관이 도이체방크에서 JP모건으로 다시 JP-칼라일 그룹으로 바뀌는 동안 실사기관은 꾸준히 유지됐는데 결국 DR발행 승인이라는 결과가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실제로 JP-모건이 투자를 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소문은 외화 자금이 하루라도 빨리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외화 자금은 11월 중순 들어오기로 했지만 혹시 11월 초에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소문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JP-칼라일 그룹이 실사를 위해 투입했던 160억원의 비용과 440억원의 우선주매입이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포기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식 기자 impar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