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채 외국의 성공사례만 보고 그대로 도입했다가 결국 사업을 접거나 업종 전환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네트웍 관련 벤처기업 테라는 올해 1월, ‘사이버트레이딩센터’를 오픈하며 연내에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도시에 지점을 설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불과 7개월만에 센터 자체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일본의 성공에 힌트를 얻은 박상훈 사장의 주도로 설립된 사이버트레이딩센터는 3, 4월 증권사 HTS가 보급되고 각 가정에 인터넷 고속 전용선이 깔리면서 이용자수가 급감했다. 테라는 3만원이던 일일 이용료를 2만원까지 내렸으나 이용자수가 늘어나지 않았고 영업 시작 2~3개월째부터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BPP(인터넷과금결제) 서비스 벤처업체 네오빌의 경우, 1차 서비스 개시 예정시점인 9월이 다 지나가도록 서비스 실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각 주마다 공과금 수납체계가 다르고 금융기관이나 빌러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에서는 민간업자가 EBPP서비스를 제공해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나 비교적 수납체계가 단순하고 이중 대부분을 금결원이 처리하는 국내에서 EBPP라는 비즈니스모델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서점들은 최근, 평균 15%였던 할인율을 평균 20%, 최고 30%까지 내렸다. 더 이상 회원수나 거래수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서점 중 최대 규모인 와우북에서는 하루 평균 2000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다른 중소사이트의 거래량은 이에 훨씬 밑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빨리 빨리’가 몸에 밴 한국인들은 15% 싼 요금 때문에 2~3일의 배달기간을 참고 기다리지 않는다”며 “집이나 사무실 가까운 곳곳에 서점과 도서대여점이 있어 쉽게 책을 살 수 있는데 굳이 인터넷에서 책을 살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 인터넷서점들도 당분간은 현상유지가 최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벤처기업들은 ‘벤처기업은 새로운 아이템이 있으면 빠르게 결정해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라는 함정에 빠져 별다른 검증없이 사업을 추진하다 곤란을 겪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벤처기업들이 충분한 토론과 연구, 전문가의 컨설팅 등을 통해 한국적 상황에 맞고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독창적 비즈니스모델로 승부해야 할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미선 기자 una@kftime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