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초 고위 당국자의 지시로 작성된 ‘경제정책 보고서’는 불완전한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과 정부당국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은행 투신 보험 종금 등 각각의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금융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위당국자가 주택은행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하면서 잘못이 있다면 경제관료도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솔직하고 개혁적인 내용을 담으라는 지시도 함께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음은 주택은행과 맥킨지가 함께 작성한 ‘경제정책 보고서’의 요지.
우리나라 경기호조는 세계 경제호황 및 IT 혁명으로 인한 반도체 통신산업 호조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다. 기업도 저금리로 인한 이자지출 감소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절하된 환율 등의 요인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 기업자체의 경쟁력 향상과 구조조정에는 진전된 것이 없다. 따라서 우리경제는 외부 환경 변화에 극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경기가 하락할 경우 부실채권 급증, 기업효율성 문제가 재부각되는등 위기를 다시 맞을 수 있다.
쭒 기업 구조조정= 지난해 상장기업의 경상이익률은 흑자(1.7%)로 반전되었으나 유가증권평가익, 환차익을 제거하면 0%내외로 추정된다. 자기자본이익률이 시장 이자율을 하회하여 기업활동이 결과적으로 국부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부채비율 하락은 자산재평가 및 증자 등을 통한 숫자상의 변화에 불과하다.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실질적으로 진전된 게 없다.
쭒 금융 구조조정= 은행의 경우 실질적으로 BIS 비율이 8% 미만인 은행이 많으며 종금사는 대다수가 FLC를 적용할 경우 4% 미만이다. 더구나 투신사의 부실규모는 아무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 결과 자금시장이 양극화되어 우량 중소기업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회사채의 경우 5대 그룹 이외는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CP시장도 종금사 자금이탈로 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으며 은행도 BIS 비율 하락 때문에 기업에 신규대출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120조~1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정책의 문제= 정책당국이 거시지표가 양호하다고 해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판단한다면 오판이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예로 은행 합병등 동일 사안에 대한 정부 책임자의 발언에 일관성이 없고 부처간 정책대응 방안이 일관되지 못해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공적자금의 경우도 부실규모에 대한 정확한 파악없이 조성규모를 발표하고 조달방법에 대한 제시도 없었다.
정부정책에 원칙도 없다. 투신사의 실적배당 상품에 대해 정부가 수익률을 보조하고 신탁계정과 고유계정간 자산 및 자금 이동을 묵인했다. 공적자금 투입시 부실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결여되어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
투신사 처리는 정확한 부실규모를 아무도 모르므로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도 불확실하다. 원칙 없는 자금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증권과 투신으로 분리하는 방침을 밝혔으나 제시된 일정 내에 시행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정확한 부실 현황 공개, 책임자 문책, 현재 원금 잠식 상태인 하이일드펀드를 고유계정에서 보조하는 상황을 근절해야 한다.
◇정책 제안 및 해법=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으로 우선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부처간 일관성을 확보하고 구조조정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과거의 잘못을 발표해 시장 신뢰성을 증진시켜야 하며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시급하다. 불필요한 정부간섭도 배제돼야 한다.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 은행은 우선 M&A를 위해서라도 CRV 설립을 통해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자발적 은행 합병이 불가능하므로 정부는 개입의 범위와 정책을 명확히 공표하되 합병의 걸림돌인 불합리한 주식교환비율, 노조문제 등을 시정해야 한다.
은행의 BIS 비율 제도를 개선해 기업대출 증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은행도 CP 업무 등 직접금융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투신 종금 보험 등은 정확한 부실규모를 파악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회생가능성 여부를 판단,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보증기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예금 대지급금을 즉시 지불하고 신용보증기금은 해체후 시장이 대체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단기적 시장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 예로 정부가 은행으로 하여금 우선주를 발행케 해 매입함으로써 기본자본을 늘려주면 은행의 BIS비율 부담이 대폭 줄어 시장에서는 그 몇 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은행이 시장에서 회사채등을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채권 매입을 위한 인위적 기금조성이 필요없게 된다.
기업구조조정은 시장경쟁을 촉진해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이에 대한 방안으로 규제완화, 시장개방 등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만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전문경영인을 들먹일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쟁체제를 정비하면 자연히 해결되는 문제다. 현대그룹 문제는 부실 규모와 원인등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