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내부통제 조직으로 감사제도와 리스크관리제도가 도입돼 있는 상황에서 자칫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는데다 엄격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실효성 있게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대부분 금융기관에는 상법상 감사 및 감사조직을 두도록 돼 있으며 2~3년전부터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가 두 조직의 역할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나 리스크관리 조직을 그대로 존치할 경우 옥상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들이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관련법규, 경영및 운용내용등 경영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와 전산시스템 및 전산요원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돼 형식적인 제도도입은 비용부담만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실제로 컴플라이언스 체계 도입을 검토중인 투신사나 증권사에서는 이같은 비용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현실에서 내부통제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경영을 감시해야하는 감사조직이 사실상 경영진에 종속돼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심지어 많은 경영진이나 실무자들은 감사조직이나 리스크관리가 업무추진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당한 비용이 들고 업무과정에서 소소한 부분까지 개입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고 싶은 금융기관이 있을지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심지어 " 컴플라이언스 실무자들이 회사조직내에서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감원이나 재경부가 컴플라이언스를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감사조직 및 리스크관리 조직과의 중복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컴플라이언스의 필요성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전환, 컴플라이언스담당자의 독립성과 신분보장이 확실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독당국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철저한 감독과 법규나 규정을 어긴 금융기관에 대한 예외없는 벌칙적용이 필요하다는 것. 미국의 금융기관이나 일반기업들이 스스로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운영하고 독립적인 지위가 보장되는 것은 불법이나 탈법행위로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 예외없이 퇴출등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된 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형사적, 금전적 책임도 철저해 경영진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한 체계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박호식 기자 par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