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들은 요즘 어떻게 살고 있나. 그들의 월급, 연간소득, 그들이 직장에서 누리는 지위와 권한은 과연 ‘글로벌 스탠다드’로 지워진 등짐의 무게와 균형이 맞을까.
아직도 ‘바깥’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급여생활자로, 직장인으로 은행임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그들을 상사로 모시는 은행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실의 사례를 그대로 옮겨 ‘은행임원들의 99년5월 현재’ 를 조망해본다. 은행 중역의 ‘벌이’와 ‘살이’가 우리 은행산업의 경쟁력 또는 은행의 발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그들을 어떻게 대우해주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몇가지 시각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한 시중은행 상무급 임원의 지난 4월 급여 명세서는 다음과 같다. 본봉 3백60만원, 중식대 17만5천원, 지급총액 3백77만5천원. 이중 갑근세 40여만원에 국민연금, 의료보험료, 고용보험료등 공제총액 1백2만7천원. 천원단위까지의 구체내역을 밝히면 누구의 급여명세서인지 뻔히 드러날 일이다. 이 사람은 매달 빌린돈을 떼기 때문에, 공제액이 좀 많은 편이다. 은행측이 이 중역에게 매월 현찰로 지불하는 순지급액은 결국 2백74만8천원이다. 이 금액이 그에게는 ‘가처분 소득’이 되는셈이다. 그는 아직도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며, 생계를 꾸려나가야할 가장이다. 부인은 전업주부다. 이번에는 한 국책은행의 이사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4백20만원의 본봉에 중식대 18만2천원을 합해 월4백38만2천원을 급여로 받는다. 이중 제 세금이 58만3천원, 제 공제액이 54만3백10원. 찾을 수 있는 돈은 월 3백27만8천6백90원이다. 이 국책은행 중역 역시 은행에서 빌린돈이 있어 떼이는게 좀 많은편이다. 4월에 받은 급여명세서는 그나마 임금 삭감전 기준이다. 국책은행의 올해 임금예산은 이미 25%가 깎여있다. 노사협상이 끝나지 않아 지난해 급여를 그대로 받고 있을 뿐, 어차피 25%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나중에 협상이 끝나도 소급적용된다. 그는 아마 올해 11월경, 그동안 받은 월급중 일부를 토해내야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부터 보너스를 한푼도 못받을 수도 있다. 그 역시 아직 공부중인 자녀가 있어 학비가 만만치 않다. 부인이 전업주부인것도 마찬가지.
대개의 은행이 임원들에게 연 5백~6백%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본봉기준이다. 그래서 연간 총소득을 계산, 이른바 ‘연봉’이라는 것을 뽑아보면 상무이사급이 대개 7천만~8천만원대에 머문다. 좀 많은 곳이 8천9백만원선, 최저 5천5백만원도 있다. 상무연봉 5천5백만원의 S시중은행은 은행장 연봉이 7천2백만원에 불과하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급여를 반납한 때문이다. 그렇다면 7천~8천만원수준의 연봉이 순지급액기준으로는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25%를 넘는 평균 담세율과 국민연금, 각종 공제내역등을 감안하면 보너스를 매월 균등배분해봐야 한달에 가져갈 수 있는 평균 금액은 4백5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보너스까지 포함해 월4백50만원으로 은행 임원들은 자녀 교육과 가사생활, 본인의 용돈에 부족한 업무추진비로까지 써야한다. 과연 5백만원은 은행 중역의 품위를 지키기에 적정한 금액일까.
뒤에 업무추진비 또는 판공비 내역과 용도를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은행의 임원들은 좋게 봐서 ‘빛 좋은 개살구’요,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사회적 지위와 책무에 대비할 때 ‘거지’에 가깝다. 직원들에게 밥 살때마다 남은 카드한도를 계산해야한다. 매일 일찍 나와 고생하는 여비서에게 한달에 10만원쯤 넌지시 용돈으로 주는 것마저도 부담스럽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시인하기에는 부끄럽고, 부정하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경영책임은 갑자기 ‘국제수준’이 됐는데, 급여는 ‘재래식’으로 묶여있는 우리 은행 임원들의 현실이 그렇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