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박영철 의장은 가장 ‘공격적’인 자세로 일관했는데, 이로인해 보고에 나선 본부장들이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 박의장의 비판은 틀에 박힌 은행의 업무보고 스타일에 대한 질책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업본부의 브리핑은 장황한 장미빛 청사진을 담은 전략적 비전이 나열되는 게 상례. 이에대해 박의장은 “그렇게 낙관적이라면 이사회에 보고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 어려운일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야 비상임 이사들의 역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요지로 공박했다는 것. 특히 박의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정도로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해 일부 임원은 “박의장이 작심하고 나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집행진 길들이기’와 함께 비상임 이사의 역할과 기능, 개편된 지배구조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자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박의장이 강공을 퍼붓자 함께 참석한 비상임이사들도 하나 둘씩 질문 공세에 가세했는데, 이로인해 이사회가 훨씬 활기에 넘쳤다고 한다.
비상임이사들은 5월 정기이사회에서도 남은 사업본부들의 브리핑을 받게된다. 박의장은 항상 보고자료를 먼저 받아 꼼꼼히 검토한다고 한다. 워낙 금융에 대한 식견이 탁월한데다, 철저히 사전에 준비하는 스타일이어서 외환은행측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박의장을 주축으로한 비상임 이사들의 이같은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 외환은행 내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집행진에 가외의 부담을 안겨 경영상의 비효율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고,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있다. 외환은행 간부들은 의욕적이고 논리와 주장이 강한 박의장의 개성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도 활동이 왕성한 박의장을 잘만 활용하면 어떤 은행보다 비상임이사들의 덕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의장이 외환은행을 이해하고 애정을 가지도록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