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로벌 본드의 대성공은 IR활동부터 프라이싱에 이르는 전과정에 걸친 산업은행의 총력전에 힘입은 바 크다는 지적이다. 이근영 총재와 정철조 부총재, 국제투자본부장인 이경득이사등 경영진들이 총동원돼 로드쇼를 진행했다. 첫 팀은 이 총재가 직접 진두지휘, 미주지역을 순회했다. 정 부총재는 둘째 팀을 이끌고 유럽지역을 돌았으며, 셋째 팀은 이 이사를 중심으로 아시아지역을 순회했다. 불과 열흘만에 전세계 주요 국제금융센터를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총력전 덕분이다. 최고경영진이 한꺼번에 나서 실무팀을 끌고 전세계를 누빈 것은 산은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다.
실제로 로드쇼가 시작된 4월5일 2천4년만기 산업은행 채권의 가격은 TB+2백70bp 수준이었지만, 홍보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가산금리가 매일 하락했다. 정부총재 일행이 유럽지역 로드쇼를 마칠 무렵의 가산금리는 2백50bp까지 떨어져 시장의 반응이 급속히 호전됐음이 입증됐다.
정부총재는 일본에서의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이 그리 고조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귀로에 일본을 방문, 최대 기관투자자중 하나인 농림중앙금고에 직접 들려 이들을 설득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이 총재가 이끄는 팀이 미국에서 로드쇼를 진행하는 동안 여건은 계속 좋아져 결국 스프레드 2백25bp에서 프라이싱을 마칠 수 있었다. 10억달러 발행계획에 투자자들의 수요는 30억달러를 상회, 증액을 해도 충분했지만,
규모보다는 가격을 중시한 전략으로 일관해 결국 확실한 ‘벤치마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후문. 특히 이번 로드쇼에는 재경부의 변양호 국제금융과장등 정부관계자들까지 가세, 한국정부가 앞으로 산업은행을 대표 借主로 활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성공적인 외자조달을 지원하기도 했다.
가격협상에 나선 산업은행 실무진도 큰 역할을 했다. 의욕적이고 감이 빠른 이성근 국제업무부장, 경험이 많고 세련된 김원근 차장을 주축으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팀이 협상실력을 발휘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