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초점은 몇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은행장의 입지는 위축되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려 그 과도기 동안 경영상의 비효율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례로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상임이사 추천권과 집행간부(이사대우) 선임권을 이사회에 부여, 사실상 은행장의 인사권을 제도적으로 묶어놓고 있다. 지배구조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장은 ‘론 커미티’에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곳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경영의사결정 사안인 ‘인사’와 ‘여신’ 두 부문에서 최고 경영자가 제대로 힘을 못 쓰는 시스템으로 이행된 셈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은행장은 ‘무소불위의 은행내 1인자’에서 ‘서열이 제일 빠른 경영진의 하나’로 전락한 셈이다. 물론 원론 그대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은행장이 마음대로 권한을 휘두르기 어려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한빛, 국민, 조흥은행등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그렇고, 외환은행도 최근 이사회 관련 규정을 같은 형태로 개정할 계획이다. 권력 분점과 역할에 따른 책임경영에 익숙치 못한 국내은행 일반의 현황에 비추어 은행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제한받게 된다면 당장 경영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비상임 이사들의 목소리는 확실히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인사와 관련한 전문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집행위원회에서 두 명의 상무대우를 승진시켰는데, 이때 사외이사중 한명이 ‘왜 승진대상자를 복수로 올리지 않았느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2명을 승진시키려면 후보자를 4~5명은 놓고 골라야지, 2명만 대상으로 놓고 가부를 결정하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주장.
신한은행측이 다음에 집행위에 인사안건을 올릴 때는 이같은 지적을 무시하기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파격적으로 이사회 기능강화를 선언한 조흥은행은 은행장과 비상임이사들이 교환한 MOU에 ‘은행장은 주요 인사정책을 이사회와 긴밀히 협의하며, 본점 부서장급 이상의 30% 이상을 외부전문가로 충원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명기돼있다. 이처럼 외부전문가 영입을 명문화 한 것은 외부인물과 최종 경합했던 위성복 행장 선임 과정과 무관치 않다. 조흥은행 출신 은행장은 아무래도 ‘개혁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외부 수혈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비상임 이사들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
두 은행의 사례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러한 비상임 이사들의 인사 관여 또는 인사권 발휘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신한은행에서 집행간부를 승진시키고자 할 때 복수로 후보를 올린다면, 과연 사외이사들이 어떤 기준으로 인선을 하려할 지 의문이다. 이들은 신한은행이라는 조직의 ‘히스토리’를 모른다. 이력서나 상벌기록, 고과표만으로 선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흥은행의 외부전문가 30%이상 채용 방침은 파격적인만큼이나 위험스러워 보인다. 아직 국내은행들은 부점장급 이상 고급간부 인력을 외부에서 채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다. 내부의 정서와 팀웍도 문제다. 한두명을 시험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30%이상을 외부에서 충원한다는 것은 도박과도 같다는 지적이다.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도 시원치 않은데,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같은 방침을 납득할 사람이 조흥은행에는 많지 않다.
문제는 논리와 현실의 간격이 크다는 데 있다. 그것은 인사권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은행측도, 비상임이사들도 모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