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레인저’ 로 초기 시장선점을 위해 뛰는 금융기관들도 적지 않다. 삼성, 현대등 주요 증권회사들이 모두 ABS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며 출회되는 딜마다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고, 국민 하나 한미등 시중은행들과 씨티등 외국은행, 메이플라워를 비롯한 외국 전문회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문제는 어레인저들이 보이는 관심과 열의에 비해 아직 시장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정부투자기관 물량이 터져나올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시장에 나온 ABS는 삼성캐피탈, 동양할부, 동양종금등의 3건 밖에 없다. 가능성은 무한해 보이지만, 의외로 딜이 성사되기는 힘들다. 금리가 하향추세에 있어 바닥까지 지켜보자는 심리에 프라이싱 및 수수료와 관련한 갈등이 겹쳐있다.
이처럼 ‘좁은 시장’에서 국내은행들은 또 다른 소외감에 속을 끓이고 있다. ABS발행기관들이 대개 제안서를 받을 때 증권사나 외국금융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토지공사는 이번 ABS발행의 제안서 제출을 국내외 증권사로만 제한했다. 성업공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은 대부분 내용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스트럭쳐링 능력과 제반 지원 기능을 감안하면 은행이 오히려 증권사보다 ABS발행의 어레인저로 못하지 않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경우 ABS 스킴과 거의 유사한 ‘금전채권의 신탁’을 취급한 경험이 있다. 하나은행이 취급한 규모만 1조5천억원에 달한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스트럭쳐링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국민은행은 현대캐피탈의 ABS발행을 주선하면서 시카고 은행의 전문가를 초빙해 노하우를 쌓는 등 역시 상당한 준비와 투자를 해왔다. 은행들은 트러스티 역할을 일괄해 맡을 수 있고 법률, 신용평가 부문등의 연계를 모두 책임지는 등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에비해 일부 정부투자기관들은 ‘언더라이팅’기관인 증권사를 끼고 ABS를 발행해야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시장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한데, 발행자들은 아직 편견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동등한 기회는 주어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은행측의 주장이다. 제안서를 받아봐서 증권사들에 비해 못하면 탈락되는 한이 있어도 처음부터 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