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97년 2월부터 9월까지 약 8개월간에 걸쳐 89억달러에 달하는 선물환 매도 거래를 통해 원달러 시장에 개입, 시장개입시점의 환율과 선물환 기일의 환율을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국은행은 주로 3개월, 6개월물, 길게는 1년물까지 선물환 매도거래를 했고, 개입환율이 주로 8백원대(9백원대 일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물환 기일도래 시점이 97년 12월~98년 1월경에 닿았던 물량은 1백50%까지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6월부터 9월까지의 선물환 시장개입 물량은 특히 큰 손실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세계은행 보고서는 한은의 손실을 최대 50억~1백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지만 시장관계자들은 추산치가 1백50억달러에 달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 개입시점별 선물환 매도물량을 공표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손실액을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개입물량 총액의 2배에 가까운 손실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환율변화 추이에 따라 선물환 개입 물량을 기일별로 균등배분하는 단순 산술만으로도 20억~30억달러의 손실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원화로 계상하면 수조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 손실이지만, 이를 단순히 손실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가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공적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이어서 ‘비용’으로 봐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시 재경원과 한은이 외환보유고 유출이 없는 당장 없는 선물환 시장 개입을 감당 못할 규모로 단행, 겉잡을 수 없는 외환위기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이같은 사실이 세계은행 보고서에 기록돼 다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새삼 반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