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르츠가 증자 참여의 전제로 정부의 약속을 문서화 시키려 하는 것은 우리 정부를 못 믿기 때문. 특히 지난해 코메르츠가 외환은행에 자본참여를 한지 불과 몇 개월도 안돼 減資를 거론하는 등 코메르츠 입장에서는 정책집행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았고, 지난번 이갑현 행장이 신임 은행장으로 선임될 때도 정부의 개입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신뢰기반이 거의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번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메르츠는 정부의 경영관여 배제와 함께 비상임2명, 상임 2명으로 구성된 코메르츠 출신 이사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간섭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각서에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메르츠는 이번 증자에 2천 6백억원을 추가 출자, 증자후 지분율이 약 2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우회출자를 하기 때문에 명목상으로는 코메르츠가 제1대주주가 되는 셈. 그러나 한은 및 수출입은행을 합하면 여전히 정부가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코메르츠는 이번 증자를 계기로 정부에 확실히 다짐을 받아두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평소 정부가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과 관련해 또 다시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을 아예 차단하자는 것. 정부는 난처한 입장이다. 각서를 안써주기도 그렇고, 반대로 써준다면 이 역시 원론적으로 대주주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외국은행의 압력에 눌려 포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금융기관의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은 코메르츠만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제일은행 인수를 추진중인 뉴 브리지 컨소시엄과 금감위의 재협상 파문이 대표적인 사례. 우리나라 금융기관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퇴출은행을 P&A방식으로 흡수한 5개 인수은행은 당초 합의를 여러 차례 바꾼 정부의 ‘제멋대로 행정’에 지쳐버렸다.
코메르츠에 이어 ‘힘있는 외국금융기관’들이 ‘못 믿을 정부’에 앞으로 어떤 요구를 해올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