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가운데 조흥, 한빛, 국민, 외환은행등 대형은행들은 모두 사외이사 1인당 월2백50만원(연 3천만원)의 준급여성 예산을 책정했다. 이사회 의장은 3백만원으로, 조금 더 많다. 한빛은행이 비교적 빨리 결정해 국민등 다른 대형은행들이 이 수준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중 외환은행은 박영철 이사회의장이 3백만원의 급여를 받는 대신 차량지원 및 사무실, 비서를 요구해 내심 곤혹스러워 하고있다. 차량 및 사무실 지원에 필요한 비용이 책정한 급여수준을 훨씬 웃돌 뿐 아니라, 요구를 들어줄 경우 과연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원수가 줄어들어 남는 차량이 있고 사무실 공간도 여유가 있지만, 타행에는 전례가 없는 이러한 요구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신한은행은 30여명에 달하는 비상임 이사중 재일교포 주주들에 대해 일체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3명의 국내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는 모두 2백만원씩을 주기로 했다. 한미은행 역시 7명의 비상임 이사중 삼성, 대우, 아메리카은행등 3대주주측이 선임한 이사에게는 급여가 없고, 나머지 4명에 대해서만 월 2백50만원씩으로 책정했다. 이에비해 하나은행은 사외이사의 직업에 따라 급여를 차등책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대학교수들에게는 월 2백만원, 다른 전문직 비상임이사들은 1백50만원을 주기로 했다.
사외이사를 어떻게 대우해줄 것인지에 대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초 은행 실무선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거마비’조로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는 정도를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어느새 월정 급여로 바뀌었고, 그 수준도 만만치 않다. 어지간한 은행의 초급행원 1년치 인건비와 맞먹는다. 과연 사외이사들이 은행에서 받는 보수만큼 은행에 기여하는 게 있을 지, 사외이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이처럼 정형화된 급여지급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은행측은 ‘감수할만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무래도 넉넉히 주면 은행에 대한 시선도 부드러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쁜데 오라가라 하면서 거마비마저 넉넉치 않으면 미안해서”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아예 무급으로 하거나, 거마비만 실비로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만약 그런 데 있다면, 은행의 사외이사제도는 시작부터 실패가 예고돼 있는 셈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