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가 산은을 장악할 경우 재경부는 제1금융권을 통한 금융정책 집행을 사실상 봉쇄당하게 되며, 산업은행도 금감위 산하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산은 감독권의 향배는 우리나라 금융정책과 은행산업의 틀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2면)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에 대한 검사 감독권을 둘러싼 재경부와 금감위의 갈등은 예산권등 주요 현안을 좌우할 정부조직개편안이 불투명해지고, 산업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감사와 감사원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가 병행되면서 더욱 예민한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금감위는 이번 위탁감사를 계기로 산은에 대한 감사권을 확실히 확보한다는 방침하에 산업은행법에 이를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정안을 재경부와 협의중이다. 특히 금감위는 산은법 47조 등의 감사권에 관한 규정을 고쳐 감사권을 재경부로부터 완전히 위임받아 수시로 검사, 감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산은 임직원에 대한 징계권, 경영이 부실화됐을 때 조직축소등을 명령할 수 있는 경영개선조치 권한까지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위는 이미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재경부에 문서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재경부는 예산권등 주요 이슈가 걸려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이 시기적으로 겹쳐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또 금감원의 이번 위탁 감사를 초래한 IMF의 묵시적인 가이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조심스럽다는 지적이다. 다만 원론적으로 금감위의 감사권 위임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시행령등을 통해 최소한으로 묶어 두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권의 위임으로 산업은행이 사실상 금감위 산하로 넘어갈 경우, 일반은행 구조조정에 이어 국책은행의 틀도 새로 짜여지는 큰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검사 감독권이 금감원으로 일원화될 경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획일적인 일반은행 기준으로의 이행을 강요받게 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회계제도 개편등이 뒤따라 거의 공적 기능을 발휘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경부는 금융정책의 큰 틀을 짚어나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산업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됨으로써 파급되는 변화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