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투자금융실 벤처팀이 올해 첫 지원대상으로 선정한 ‘휴텔’은 유럽형 이동통신 전화기인 GSM단말기 제조기술을 보유한 업체. 産銀은 지난해에도 휴텔에 1억5천만원의 지분을 액면가로 출자한 데 이어 올해 다시 2억원을 주당 1만원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지난해에 비해 주가를 높이 쳐준 것은 그만큼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졌다고 보기 때문.
오는 7월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가는데, 산업은행이 초기 투자시점부터 이처럼 과감히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 한미기술투자등 벤처캐피탈 2개사와 개인투자자들이 함께 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텔은 프랑스 깐느쇼와 하노버 컴퓨터 박람회등에 제품을 선보여 호평 받는 등 기술력이 탄탄한 회사다.
산업은행이 휴텔에 이어 23일 여신심사위원회에서 지원 여부를 최종 확정할 회사로 ‘하나시스템’이 대기하고 있다. 하나시스템은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 전문업체. 91년에 설립된 후 7년여의 각고끝에 라우터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 빛을 본지 몇 년 안되는 회사다. 산업은행은 이번에 하나시스템에 15억4천만원을 직접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벤처투자는 한국종합기술금융(KTB)과 공동으로 들어간다. 산업은행과 KTB가 조인트로 증자에 참여하는 금액은 총 20억9천만원. 하나시스템은 원래 KTB가 자본을 참여했던 곳으로, 하나시스템의 기술력을 인정한 2개 창투사가 함께 대주주로 들어있다. 산업은행도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종합 검토, 실무적으로는 이미 결론을 냈고 내부 여신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만 남아있다. 하나시스템은 체신금융망, 한국통신 코넷등에 납품한 실적이 있어 시장에서도 충분히 검증받은 업체다. 또 97년 매출 50억원에서 98년 매출 1백6억원으로 급신장, 불황을 타지 않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이밖에 여러 건의 벤처투자 대상업체를 내부적으로 심의중이다. 정보통신, 환경부문등의 첨단산업이 대부분이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자본참여 방식으로 지원받는 업체는 수혈받는 금액의 몇배에 상응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회사의 공신력이 배가되며, 산업은행으로부터 직간접의 부수적인 금융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대개 2년 약정으로 투자한다. 그 이전에 코스닥에 등록되면 투하자본을 미리 회수할 수도 있지만, M&A 시장등 여러 경로가 활용되기도 한다. 산업은행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 데 이같은 직접투자의 노하우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유망한 중소업체를 지원함으로써 금융의 공적 기능 수행을 병행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