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산업은행측은 정부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나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외화자금이 모자라는 상태가 아닌데다, 기채 여건이 꾸준히 호전되고 있어 급하게 시장에 진출할 필요는 없다는 것. 물론 정부의 직간접 종용은 충분히 이해하고 벤치마크의 필요성도 인정하고 있지만, 서두르다가 오히려 인베스터들에게 끌려가는 양상이 초래돼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급하게 차입에 나서는 걸 꺼리는 데는 다른 배경도 있다. 아직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조정을 받지 않은데다, 여전히 재무구조가 그리 좋지 않은 상태에 있어 로드쇼등의 과정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감원 검사과정에서 지난해 결손액과 부실자산규모가 잇따라 공개되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질문공세를 받을 수 있는 사안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목되고 있다. 산업은행측은 기채 시점에 대해 ‘상반기중’이라고만 밝히고 있지만, 속내가 그리 편치는 않은 것 같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