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년 앞두고 결단을 내린 라응찬 행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동안 은행원과 관료, 정치인들이 결탁해 그토록 집착해온 은행장 자리에서 스스로 당당하게 내려왔기 때문이다. 라행장의 ‘용기’ 또는 ‘지혜’로 인해 신한은행은 명예로운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행장 자리를 둘러싼 잡음이 원천 봉쇄됐으며, 새로 선임되는 행장 역시 ‘때’가 되면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기꺼이 물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라행장의 퇴진이 의표를 찌른 전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외환위기 이후 거의 모든 은행장이 교체되고 은행 경영진의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그러한 흐름이 라행장의 결심을 재촉했을 수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금융당국 압력설’ 역시 이러한 정황논리가 배경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금융당국이 행장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곳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에게로 오너십이 결집돼있으며, 우량은행이어서 명분도 없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라행장 퇴진 발표후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 라행장이 물러난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나서서 만류했다. 압력설은 엉터리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여 묵시적인 압력이 있었다 해도, 라 행장은 그동안 숱한 은행장들이 되풀이한 ‘끈적끈적한 집착’을 되풀이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라행장이 異端으로 느껴질만큼 우리 은행들의 인사풍토는 썩어있었다.
라행장의 퇴진이 신한은행의 장래를 위해 전적으로 옳은 결정인지는 예단할 수 없다. 모든 금융기관들은 ‘리스크’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신한은행으로서는 라행장 체제를 1년쯤 더 유지하는 편이 위험을 줄이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아니면 어렵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라행장은 훌훌 털어버렸다. 애정이 진실해 믿음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은행장자리에서 물러나는 라행장이 상근부회장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신한금융그룹 의 후견인으로 이희건 회장을 보좌하는 한편, 대주주관계등을 조율하는 일을 맡으리라고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라행장이 부회장 자리에서 ‘수렴청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지만, 그건 라행장 스타일이 아니며 신한은행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 조직의 생리로 봐도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인호 행장 후보 프로필
추진력 강한 영업·여신 전문가
상업·대구銀 거쳐 창립 멤버로 참여
공사구분이 명확하고 공평해 치우침이 없다. 신한은행 기업문화가 그런 것처럼 조직내에 자기 사람을 심는 스타일이 아니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임원으로 꼽혀 직원들의 평이 후하다.
67년 연세대 경제과를 졸업하고 상업은행, 대구은행을 거쳐 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창립당시 영업부 차장으로 입행, 서소문 지점장, 명동지점장, 융자부장, 영업부장등을 역임하고 91년 이사로 승진, 상무 연임후 97년 전무로 발탁됐다. 창업 초기부터 영업 최일선에서 근무, 영업전반에 밝고 여신부문에 관한한 행내 1인자로 공인받고 있다.
성격은 다소 급한편이지만, 그만큼 추진력 강하고 일욕심도 많다.
43년 대전生. 매주 근교의 산을 찾는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