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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필리조선소서 첫 美 해군 함정 건조…현지 야드 '결실'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1-02 11:41

美 해군·해병대용 중형상륙함 1척 2억6900만 달러 계약 체결
동일 함정 3척 추가 건조 옵션 포함…2027년 4분기 착공
VCM 방식 수주…옵션 행사·후속 물량·NDAA 등 변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중형상륙함(LSM)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계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을 신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가 2024년 말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지 약 2년 만에 미국 현지에서 함정 건조 실적을 확보하면서, 미 해군 함정 사업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필리조선소, 중형상륙함 건조…VCM 방식 계약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해군·해병대용 중형상륙함 1척 건조 계약을 2억6900만 달러(약 3600억 원)에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는 같은 함정 3척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 건조는 한화가 2024년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된다.

중형상륙함은 미 해병대 도서 분산작전을 지원하는 함정으로, 네덜란드 다멘 LST-100 설계(전장 100m)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필리조선소는 2027년 4분기 착공해 2030년 인도할 예정이다.

미 해군은 중형상륙함을 총 35척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 해군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개년 계획에 중형상륙함 23척, 약 68억5000만 달러를 반영했다. 이는 전체 목표 물량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경쟁 입찰로 첫 물량 확보…토트서비스와 협업 이력 축적

이번 계약은 선박건조관리자(VCM) 방식으로 이뤄졌다. VCM은 해군이 개별 조선소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전문업체가 원청을 맡아 조선소 선정과 공정·원가·인도를 총괄하는 방식이다. 미 해군은 지난 7월 미국 선박관리업체 토트서비스(TOTE Services)와 22억 달러 규모의 중형상륙함 VCM 계약을 맺었다. 기본 계약 물량은 최대 8척이다. 토트서비스는 경쟁 입찰을 거쳐 한화디펜스USA를 건조업체로 선정했다.

토트서비스가 관리하는 기본 계약 8척 가운데 5척은 미 해군이 건조 조선소를 지정했다. 미국 볼린저 조선소가 1척,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이 4척이다. 나머지 3척은 토트서비스가 재량으로 조선소를 선정하는 물량이다.

한화디펜스USA는 재량 물량 입찰에서 가격 경쟁력과 하도급 조건 수용을 앞세워 경쟁 선정 첫 조선소가 됐다. 해군 지정 조선소들이 장납기 자재·설계 계약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반면, 한화는 금액과 옵션까지 먼저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조선소는 토트서비스와 협업 이력을 쌓아왔다. 지금까지 발주된 VCM 사업 3건, 즉 국가안보 다목적선(NSMV)·미사일 계측선(MRIV)·중형상륙함의 건조를 모두 필리조선소가 맡았다. NSMV는 5척 가운데 4척을 인도했고, 지난달에는 MRIV 1번선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필리조선소는 VCM 구조를 통해 함정 시장에 진입했다. 필리조선소는 아직 미 국방부 보안시설 인가(FCL)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원청 의무를 토트서비스가 지고, 필리조선소는 확정 설계에 따라 선체를 건조하는 하도급을 맡는 구조로 수주했다.

'미국 야드' 진입 경로 확보…핀란드 모델 경쟁력 제고

이번 수주로 한화는 미국 내 조선소를 통해 미 해군 함정 시장에 진입하는 경로를 확보했다. 중형상륙함은 사업 초기부터 미국 조선소 건조를 전제로 추진됐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함정 해외 건조 허용 논의와 별개로 진행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이 한화의 '핀란드 모델' 수주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핀란드 모델은 지난 8월 미국 대통령 각서에 담긴 방식이다. 수상전투함과 지원함 등 3개 함급의 초도 2척을 해외에서 건조하도록 허용하고, 후속함은 미국 조선소가 맡는다.

이를 통해 한화는 초도 2척은 거제사업장에서, 3번함부터는 미 해군 함정을 건조 중인 미국 조선소에서 짓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화그룹의 미국 조선소 사업 계획이 실제 건조 이력으로 뒷받침된다는 설명이다.

그룹 차원 지배구조 재편도 진행 중이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9월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필리조선소 지분 60%를 자사 주도 합작법인을 통해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필리조선소 지배지분 인수를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지분 40%를 유지한다. 방산 계열사 중심으로 미국 함정 사업 체계를 정비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옵션 행사·후속 물량·NDAA ‘변수’

다만 단기 실적 기여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필리조선소는 2026년 3분기 영업손실 93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김대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주가 한화오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미국 현행법상 군함 선체 혹은 블록 해외 건조도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계 야드가 미 해군 함정 신조 계약을 처음 체결했다는 점에서 약진했다”며 “향후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과 세출법에 모듈 예외 반영 시 LSM 후속함부터는 거제 브록 공급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변수로는 옵션 3척 행사 여부와 중형상륙함 잔여 물량 배분이 꼽힌다. 오는 11일 제출 예정인 핀란드 모델 3개 함급 획득계획과 12일까지로 알려진 미 해군의 해외 건조 평가 결과도 주요 변수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주로 한화그룹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의회 규제가 강해질수록 '미국 야드와 VCM 하도급' 경로 가치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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