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대응하는 동시에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최주선 대표 전략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됐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북미 생산기반과 국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4.5조 확보…성장 전략 실행
최주선 대표가 투자 확대를 위한 기반으로 삼은 것은 재무 여력 확보다. 삼성SDI는 지난 8월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1308만8235주를 약 4조4500억 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매각 대상은 보유 지분의 약 33%로, 거래가 완료되면 삼성SDI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율은 기존 15.2%에서 10.2%로 낮아진다.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을 매각 목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유 자산을 활용해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삼성SDI는 경쟁사들과 달리 무리한 차입을 통한 선제 증설보다 재무 안정성을 중시해 왔다.
삼성SDI 올해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약 77%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경쟁사 부채비율이 약 150~200%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재무 관리가 잘됐다는 평가다.
이는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 상황에서 차입 부담을 늘리기보다 보유 자산을 활용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산업에서는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투자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고 재무 부담을 관리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확보한 재원은 향후 미국 ESS 생산 거점 증설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등 북미는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 인프라 투자 증가로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배터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회복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ESS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 사업 변동성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삼성SDI의 ESS 사업은 이미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도 추가 투자 이유로 거론된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ESS용 각형 LFP 배터리 확보 물량이 오는 2029년까지 생산능력을 상당 부분 채우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가 수주 가능성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최주선 대표는 북미 ESS 생산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와 함께 소재 공급망 다변화까지 동시에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국내 소재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엘앤에프와 2027년부터 3년간 약 1조6000억 원 규모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퓨처엠과도 LFP 양극재를 포함한 배터리 소재 공급 협력을 확대했다.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국내 소재 기업들과는 기존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유지하는 동시에 차세대 소재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소재 공급망 강화는 단순히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 현지 생산과 국내 소재 기업 공급 역량을 연계하면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시장별 요구에 대응하기 유리하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공급망 규제와 현지 생산 요건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소재 조달부터 배터리 생산까지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사업 경쟁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25조 투자…장기 경쟁력 확보
최주선 대표의 투자 전략은 단기 수익 기반을 넓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삼성SDI는 지난달 울산 사업장에 오는 2040년까지 약 16조 원, 천안 사업장에 약 9조 원을 투입하는 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두 사업장 투자 규모를 합치면 약 25조 원에 달한다.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생산 거점과 연구개발·기술 검증 기반을 구축해 기술 개발부터 양산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울산은 차세대 배터리 생산 기반을, 천안은 연구개발과 기술 검증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확보한 기술을 양산으로 연결하고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다시 기술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중장기 성장동력으로는 전고체 배터리가 꼽힌다.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하는 기술로,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차세대 배터리 후보로 주목받는다. 전기차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등 고성능 배터리가 필요한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최주선 대표에게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실적 회복과 별개로 미래 시장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다. 다만 양산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술 검증뿐 아니라 고객사 평가, 생산 수율, 제조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한다.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실제 시장 선점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남은 임기 과제는
최주선 대표의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는 실적은 개선되는 흐름이다. 삼성SDI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7688억 원, 영업이익은 2038억 원이다. 2024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영업흑자로 돌아섰으며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482억 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흑자 전환이다.특히 올해 2분기에는 미국 첨단 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077억 원을 포함했을 때를 제외해도 영업이익 961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정책 지원에 따른 이익을 넘어 배터리 사업 자체 수익성이 회복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ESS용 배터리와 고출력 제품 판매 확대가 이어진다면 실적 개선 기반도 넓어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3분기 삼성SDI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3분기 매출 4조135억 원, 영업이익 237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수치다.
물론 흑자 전환이 곧 실적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 가동률과 신규 프로젝트 양산 일정, 전기차 배터리 수요 회복 속도에 따라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스타플러스에너지에 대한 자금 대여와 채무보증 역시 합작법인 사업 성과와 자금 회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요소다.
최주선 대표는 남은 임기동안 투자 확대를 실질적 경영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ESS와 LFP 배터리 생산 확대를 통해 단기 수익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국내외 생산시설에 투입한 자금을 수주와 매출 증가로 연결해야 한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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