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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파기환송심 ‘0.2% 주문’ 공방…“나머지 99.8%는 누가 움직였나”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0 16:30

대법원 “CFD 주문도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이어지면 처벌 가능” 판단
라덕연 측 “기관 이상주문이 수십~수백 배”…주문량 아닌 ‘가격 영향력’ 쟁점

라덕연 파기환송심 ‘0.2% 주문’ 공방…“나머지 99.8%는 누가 움직였나”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2023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의 파기환송심에서 당시 주가를 실제로 움직인 주체와 시세조종의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불 붙고 있다.

대법원이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한 주문이라도 실제 상장증권에 대한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이어졌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라덕연 측은 자신들이 낸 주문이 전체 주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았다는 점을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핵심은 라덕연 측이 제시한 ‘0.2% 대 99.8%’라는 수치다. 라덕연 측은 자신들이 낸 주문이 전체 주문의 0.2%에 불과하다면 나머지 99.8%의 주문을 낸 투자자와 기관의 거래가 실제 주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무법인 LKB평산이 한국거래소 매매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기관투자자의 고가매수와 물량소진 등 이른바 이상주문이 라덕연 측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라덕연 측은 “0.2%에 500을 곱하면 100%”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자신들의 주문량만으로 시장 전체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검찰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정 세력의 주문이 실제 가격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주가 상승과 해당 주문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LKB평산 분석에 따르면 당시 8개 종목에서는 증권사 고유계정 등을 통한 대규모 주문이 확인됐다. 다우데이타의 경우 신한투자증권 영업10부 단일 계좌에서 고가매수 1450건, 물량소진 3646건이 체결됐으며 제출 주문의 70%가 이상주문에 해당했다는 게 라덕연 측 주장이다. 다올투자증권에서도 같은 계좌를 통해 고가매수 482건과 물량소진 1134건이 확인됐다고 라덕연 측은 설명했다.

다른 종목에서도 주문량 격차가 나타났다는 게 라덕연 측 주장이다. 대성홀딩스에서는 기관투자자의 물량소진 주문이 11만5960건에 달한 반면 라덕연 측은 CFD 주문 845건을 포함해 1663건에 그쳤고, 하림지주 역시 기관의 물량소진 주문이 6만4469건인 데 비해 라덕연 측은 168건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문 건수가 많거나 이상주문으로 분류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거래가 곧바로 시세조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시세조종 여부는 주문 규모뿐 아니라 거래 목적과 방식, 반복성, 실제 가격 형성에 미친 영향, 거래 주체 간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

결국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주문을 더 많이 냈느냐’가 아니라 어떤 주문이 실제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고, 그 주문에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라덕연 전 대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도 실제 상장증권에 대한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이어질 경우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CFD가 장외파생상품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시세조종죄의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대법원은 CFD 주문이 증권사를 거쳐 실제 상장증권 매매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그 주문의 시세조종 관련성을 따져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특히 문제의 종목들이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던 점과 라덕연 일당이 CFD 주문이 실제 상장증권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CFD를 활용한 주문과 실제 주식 매매 사이의 연결 관계가 다시 심리 될 전망이다.

라덕연 측은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당시 시장에서 이뤄진 전체 주문의 가격 영향력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CFD 주문이 실제 주식 매매로 연결됐다는 점과 별개로, 증권사 고유계정이나 알고리즘을 통한 대규모 주문이 주가 형성에 미친 영향도 같은 기준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당 주문이 정상적인 자기매매·차익거래·시장조성 활동이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주문이었는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주문량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각각의 주문 목적과 당시 시장 상황, 주문 이후 가격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결국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은 ‘주문량’에서 ‘가격 영향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라덕연 일당의 CFD 주문과 실제 주식 매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는지, 이들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목적 아래 거래했는지와 함께 당시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주문이 실제 가격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1심에서 라덕연 전 대표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지만 2심은 시세조종으로 인정한 범위를 크게 줄이며 징역 8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이후 CFD 관련 판단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7월 20일 라덕연 전 대표 등 11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향후 재판에서는 CFD 주문과 실제 주식 매매의 연결 구조뿐 아니라 당시 전체 주문 데이터와 거래 주체별 주문 목적, 가격 형성 과정 등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단순히 형량을 다시 정하는 재판을 넘어 SG사태 당시 주가가 어떤 주문에 의해 형성됐고, 어디까지를 시세조종으로 볼 것인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재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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