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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파라타항공 운항본부장 “항공사고? 매뉴얼 집착 않고 아예 근절하는 구조 만들 것”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19 05:00 최종수정 : 2026-01-19 10:44

대부분 항공사고 ‘판단 실패’로 발생
‘판단의 질’ 높이는 조직문화가 중요
“안전은 투자” 윤철민 대표 의지 확신
마지막까지 신뢰받는 파일럿 남고 싶어

△1971년 서울생 / 경원대(현 가천대) 영문학과 졸업 / 1997년 1월 아시아나항공 입사 / 미국 비행학교 졸업 / 아시아나항공 B737, B777 부기장 / 2011년 아시아나항공 A320 기장 /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캐피탈항공 A330 기장 / 2022년 4월 플라이강원(현 파라타항공) A330 수석기장 / 2024년 8월~현재 파라타항공 A330 수석기장 및 파라타항공 운항본부장

△1971년 서울생 / 경원대(현 가천대) 영문학과 졸업 / 1997년 1월 아시아나항공 입사 / 미국 비행학교 졸업 / 아시아나항공 B737, B777 부기장 / 2011년 아시아나항공 A320 기장 /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캐피탈항공 A330 기장 / 2022년 4월 플라이강원(현 파라타항공) A330 수석기장 / 2024년 8월~현재 파라타항공 A330 수석기장 및 파라타항공 운항본부장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대한민국 하늘 길에 민간 항공 시대가 열린 지 70여 년이 지났다. 1948년 국내 첫 정기 노선 취항 후, 대한민국 항공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제 연간 1억 명 이상 승객이 하늘 길을 이용하는 ‘항공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외형적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승객이 안심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안전의 가치다. 30년간 항공 안전 최전선에서 1만5,000시간 조종간을 지켜온 파라타항공 수석기장 서상원(54) 운항본부장을 만나 ‘항공 안전’에 대해 들어봤다.

영문학도에서 1만5000시간 비행까지

서상원 본부장은 1997년부터 하늘을 누벼온 베테랑 파일럿이다. 출발은 특별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뉴욕대 호텔경영 대학원 합격 통보를 받고 유학을 앞둔 상태였다. 입학까지 남은 6개월 동안 우연히 본 조종사 모집 공고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닫기박삼구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직접 그를 채용했다. 훗날 서 본부장이 아시아나항공 노조 사무국장을 역임할 당시에도 박 회장이 이 인연을 언급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출발이었다.

1997년 1월 입사 후 그는 아시아나항공에서만 19년을 근무했다. B737과 B777 부기장을 거쳐 2011년 A320 기장이 됐다. 2015년 중국 베이징캐피탈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 대비 3~4배 높은 임금도 매력적이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히 이 길을 선택했다.

중국에서 7년 여정을 마친 서 본부장은 2022년 4월 플라이강원(현 파라타항공)에 합류했다. 이후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회사는 연료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경영난에 빠졌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임직원 대표를 맡았던 그는 1·2차 매각 실패를 겪으면서도 100여 명 잔류 인력을 지켰다.

서 본부장은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인수자에게 창피하지 않도록 멀쩡한 규정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양양 운항본부에서 객실 훈련, 운항, 품질, 심사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때 구축한 매뉴얼이 현재 파라타항공 운항체계 기반이 됐다.

이후 3차 매각 과정에서 위닉스가 인수자로 나서며 그는 윤철민 대표를 처음 만났다. 서 본부장은 “파라타항공은 안전과 훈련, 판단 기준을 처음부터 제대로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다”며 “특히 항공 산업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원칙과 안전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경영진 태도를 보며 확신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현장 떠나면 판단 흐려져”

서 본부장은 안전을 단순히 매뉴얼 준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는 “안전은 규정이나 매뉴얼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태도”라며 “규정은 최소 기준일 뿐, 실제 안전은 구성원이 어떤 판단을 하도록 훈련되었는지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운항본부를 이끌며 구성원에게 자주 하는 말은 ‘규정을 잘 지키자’가 아니라 ‘왜 이 규정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자’다. 항공 사고 상당수는 기술적 결함보다 ‘판단의 실패’에서 비롯되며, 그 판단은 결국 조직문화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 본부장은 “운항본부장 역할은 판단의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대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단기 성과를 다소 늦추더라도 안전 판단의 질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파라타항공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서 본부장은 행정 업무를 총괄하면서도 여전히 조종대를 잡는 현역 기장이다. 그는 “조종사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긴장감을 느껴야 진짜 소통이 된다”며 “비행을 멈추는 순간 현장 감각은 빠르게 흐려지고, 현장 목소리가 ‘보고서 언어’로만 들리게 된다”고 경계했다.

이러한 현장 중심 경영 덕분에 파라타항공은 별도 공채 없이도 조종사가 스스로 찾아오는 조직이 됐다. 7명이던 기장 인력은 현재 수습 부기장을 포함해 약 90명 규모로 확대됐다.

그는 직원을 ‘관리 대상’이 아니라 각자 전문성을 지닌 판단 주체로 대한다. 존중받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정확한 판단이 나오기 어렵고, 사람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조직은 결코 안전해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서 본부장은 “훈련의 질, 스케줄 합리성, 평가 공정성을 통해 ‘당신의 판단을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본부장의 핵심 책무”라고 강조했다.

파라타항공만의 독특한 문화도 주목된다. 비행 전 브리핑에서 모든 팀원이 이름과 직책을 밝히며 인사를 나누고, ‘안전, 신뢰, 긍정, 정직,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공유한다. 게이트 앞에서 승객에게 인사를 건네며 탑승을 맞이하는 문화는 국내 항공사 중 파라타항공이 유일하다.

‘사고 날 수 없는’ 항공사 목표

서 본부장은 파라타항공을 ‘사고를 피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고가 날 수 없는 구조를 가진 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장·훈련·사람’ 중심 원칙을 고수한다. ‘절차는 나를 지키고, 동료는 서로를 지킨다’는 좌우명 아래 개인의 기량보다 팀의 판단을 중시한다.

그가 꿈꾸는 최종 모습도 화려한 명성이 아니다. 자신이 떠난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전 문화와 기준이 남아 “그때 그 본부장이 기준과 문화를 잘 만들어 놓았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서 본부장은 “기장으로서 목표는 단순히 오래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선후배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조종사로 남는 것”이라며 “경영진으로서는 파라타항공을 작은 사고 하나라도 발생할 구조가 없는 항공사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미국 캔자스에서 파라타항공 첫 항공기를 직접 인수해 김포공항으로 가져오던 ‘딜리버리(도입 비행)’를 꼽았다.

서 본부장은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대표와 임직원을 보며 그간 노고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회상했다. 이후 제주, 나리타, 다낭, 푸꾸옥 등 모든 첫 취항편의 조종대를 직접 잡으며 파라타항공이 세운 기준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그는 글로벌 항공업계 핵심 화두로 ‘표준화된 판단(Standardized Decision Making)’을 제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항공 안전 다음 단계라는 설명이다. 파라타항공은 오는 6월 5호기(A330-200) 도입이 예정돼 있다. 한층 더 가파르게 성장할 파라타항공의 병오년을 기대해 본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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