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별로는 삼성카드가 업계 내 유일하게 3배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반면, 롯데카드는 6.7배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자본 관리 부담이 부각됐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레버리지 배율이 대체로 개선됐지만, 일부 카드사는 여전히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12일 한국금융신문 DQN(데이터퀼리티뉴스, Data Quality News)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평균 5.7배로 전년 동기(5.6배) 대비 0.1배 상승했다.
레버리지 배율은 카드사 총 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부채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배율이 높을수록 타인 자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무분별한 대출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배율 한도를 8배로 규정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개별적으로 자본 관리를 하며 안정적인 레버리지 배율 관리에 힘쓰고 있다.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배율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대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배율이 가장 높은 롯데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7배로 한도와 가까운 수준까지 올랐으나 올해는 0.3배 개선됐다.
현대카드는 지난 2023년 상반기 기준 5.8배로 전체 카드사 중 중간 정도의 레버리지 배율을 보였으나, 지난해 6.3배로 상승한 후 올해 6.4배로 올라 롯데카드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우리카드 전년 동기 대비 0.4배 개선 ▲하나카드 전년 동기 대비 0.4배 개선 ▲국민카드 전년 동기 대비 0.4배 개선 등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관리했다. 신한카드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1배씩 소폭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최근 3년간 레버리지 배율을 3배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자본구조를 보였다.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3배로 관리해 오면서 이 배율을 큰 변화 없이 지속해 오고 있다.
특히 타 카드사들이 카드론 등 대출 규모를 관리하고 있지만, 삼성카드는 총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3년 상반기 28조995억원이었던 자산은 2024년 상반기 28조3634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30조5097억원까지 확대됐다.
삼성카드 자산 규모가 확대와 함께 신용카드 사업 이용금액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용카드와 할부·리스사업 이용금액은 45조2255억원으로 전년 동기(41조2617억원) 대비 9.6% 증가했다.
카드 사업 관련 이용금액이 전반적으로 늘었지만,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출 이용금액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 2023년 상반기 4조2025억원이었던 카드대출 규모는 2024년 상반기 3조98780억원, 올해 상반기 4조485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자산 규모가 확대되는 와중에도 철저한 건전성 관리로 연체율은 안정적인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카드 연체율은 1.07%로 전년 동기 대비 0.1%p 개선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본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우량 회원을 확대하고, 선별적인 마케팅을 강화하며 신용판매 등 영업 자산이 증가했다”며 “자산건전성 관리와 함께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롯데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이 높았던 것은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부채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카드는 밸류업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5년간 늘어나면서 부채 규모도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 자산은 24조9000억원이었으며, 이 중 부채는 21조4214억원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중은 86%를 차지한다.
다만, 최근 들어 롯데카드는 늘어나는 자산 규모와 함께 자본 규모도 확대하면서 레버리지 배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개선했다.
실제 최근 3년간 자산 및 자본 변동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2023년 상반기 기준 21조 3791억원이었던 총자산은 2024년 상반기 23조6535억원, 2025년 상반기 24조2087억원으로 점차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3조1175억원→3조3580억원→3조5828억원으로 확대됐다.
롯데카드는 조달 다각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에는 5월과 7월 각각 1780억원,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력을 확대한 바 있다.
여기에 해외를 활용한 자금력을 확대했다. 이 외에도 추가적인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총 6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조달했다. 여기에 해외 ABS 발행 등을 통해 금리 높은 여전채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억달러(약 4200억원) 규모 해외 ABS(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한 롯데카드는 올해 3월에도 3억달러(약 4331억원) 규모의 ESG 해외 ABS 발행에 성공했다.
롯데카드가 자본 관리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는 자기자본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롯데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2.17%로 7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시장 전반의 고금리 기조,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 등의 영향으로 채무 상환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신용 구제 신청이 증가하는 등 차주의 상환 여력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앞으로도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량을 강화해 불안정한 외부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리스크 관리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자산 건전성 안정적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배율 상승이 곧 타인자본 의존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하며, 이는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의 레버리지 배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 장치가 줄어든다는 뜻”이라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고, 금리 인하 기조로 ABS 발행 금리도 낮아지고 있어 해외 ABS 발행이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eyk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