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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평가 프레임을 바꾼 '상법 개정'에 증권가 대응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8-26 10:28

‘실적 중심’에서 ‘지배구조 중심’으로… 증권가 리서치 패러다임 전환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증권가의 기업 분석 방식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실적과 재무 중심 평가에서 지배구조 리스크와 주주친화 정책 등 비재무 요소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증권가의 기업 분석 방식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실적과 재무 중심 평가에서 지배구조 리스크와 주주친화 정책 등 비재무 요소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소위,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증권가의 기업 분석 방식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실적과 재무 중심 평가에서 지배구조 리스크와 주주친화 정책 등 비재무 요소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변화된 법 제도에 맞춰 자산운용사와 리서치센터는 대응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는 실적만 봐선 안된다. 지배구조가 무너지면 주가도 무너진다.” 증권사 사내 보고서 회의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던진 말이다. ‘더 센 상법’ 시행 이후 증권가의 인식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이 기업 지배구조에 큰 파장을 일으켜 기업 평가 프레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증권가는 실적, 업황, 수급 등 정량적 요소를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 이후에는 경영권 안정성, 이사회 구성, 감사위원 선임 절차, 주주권 대응 방식 등 비재무적 요소들까지 포함시켜 투자 판단의 근거를 삼게된다.

◆리서치센터, ‘지배구조 리스크’ 정식 반영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리서치 보고서 체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 재무 중심 보고서에 거버넌스(지배구조) 평가 항목이 추가되거나, ESG 통합 리포트로 전환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늘면서, 투자자들도 이를 주요 리스크로 인식한다”며 “지배구조 분석 역량 강화가 리서치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사외이사 독립성,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방식, 의결권 자문사 권고안 대응 여부 등을 새로운 분석 요소로 포함시켰다. 이들 모두가 최근 개정 상법과 직접 맞닿아 있는 항목들이다.

◆자산운용업계 “지배구조 안 바꾸면 투자 못 해”

자산운용사들 역시 상법 개정에 따라 의결권 행사 지침과 내부 투자 기준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부터 사모펀드에 이르기까지,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커진 환경에서 지배구조가 부실한 기업에 대해선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책임연구원은 “예전에는 단기 배당 확대만으로도 주주 친화 기업으로 인식 했다면 이제는 경영 투명성, 이사회 구조, 내부 견제 장치 유무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 변동성과 M&A 기대감… 양날의 칼

상법 개정은 일부 상장사 주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된 기업은 급등락을 반복한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이사회가 분산된 중소형주는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돼 투기적 자금 유입도 예상된다.

반면, 선제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도입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이사회 다양성 확대 등을 내세운 일부 기업은 상법 개정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린다.

‘더 센 상법’이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닌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과 시각 자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제 지배구조는 단순한 거버넌스 이슈가 아닌 실적만큼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증권가의 기업 분석 역량 또한 이에 발 맞춰 재무 분석을 넘어, 경영 체계 전반을 읽어내는 통합적 시각으로 진화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며 “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따라, 증권가의 평가와 시장의 반응도 계속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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