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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 숨통 트이기도 전에…규제 규제 또 규제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7-07 05:00

▲ 박슬기 기자

▲ 박슬기 기자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다 죽는단 말이야!”

최근 시즌3 공개로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화제가 된 대사다. 경기 침체 속 줄줄이 실적이 꺾인 유통업계에 정부가 한층 강화된 규제 카드를 꺼내들자 떠오른 한 장면이다.

지난해부터 유통업계에는 희망퇴직을 단행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원재료값은 오르고, 소비는 침체되면서 좀처럼 공격적인 마케팅과 사업 전략을 펼치기 힘들었다.

대신 비효율적인 사업과 점포를 정리하고 효율화 작업에 집중하며 최대한 몸을 사렸다.

국내 ‘유통 맏형’ 격인 롯데와 이마트가 지난해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만 봐도 유통업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더 가중됐다. 플레이어들이 적극 뛰어들어야 시장이 활성화되는데 홈플러스마저 휘청이면서 유통가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는 ‘공정 거래’와 ‘상생’을 내세우며 대형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각종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엄동설한에 문 밖으로 내모는 격이다.

유통기업들로선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나 했지만 숨 한번 제대로 쉬어 보기도 전에 희망이 꺾여버렸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에는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제도 강화, 납품 단가 연동제 개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법안은 오히려 적용대상을 더 확대했다. 백화점, 면세점, 아웃렛까지로 유통업계 부담이 더 커졌다. 또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전통 시장 반경 1km 내 출점 제한을 5년 연장하자는 개정안도 있다.

과연 유통업계 현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10여 년 넘게 대형마트에 의무휴업 제도를 적용해 인근 전통시장이 크게 ‘상생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다수의 데이터가 있음에도 오히려 규제 대상을 더 넓혔다.

실제 지난 2020년 한국유통학회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폐점한 대형마트 7개점 및 그 주변상권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대형마트 운영이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문제는 규제가 ‘정치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형마트나 플랫폼 업계는 정치권의 단골 타깃이 된다. 골목상권 육성, 납품업체 보호, 플랫폼 독과점 해소 등 ‘상생’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관성 없는 규제와 메시지는 업계를 불안하게 하고, 기업은 장기 전략 수립이 어려워진다. 당장 지난 정권에선 규제 완화를 추진하다가, 이번 정권 교체 후 다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만 보더라도 한 나라의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뀐다.

유통산업은 내수경제의 최전선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내와 해외, 제조와 소비를 연결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런 산업을 단기적 정치 논리로 압박만 한다면, 구조 개선은 커녕 더 깊은 침체로 빠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의 비용 구조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인건비와 임대료는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유통업계는 결국 소비자에게 좋은 가격을 제공할 수 없고, 시장은 위축된다. 결론적으로 이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살리려던 소상공인은 물론 유통기업과 소비자까지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재명 정부는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기업 상황이 좋았을 때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통업계는 한국의 대표적인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고,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진정으로 ‘상생’을 원한다면, 유통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규제 이전에 유통산업이 설 수 있는 땅부터 다져줘야 하지 않겠는가.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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