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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건축회] 서경배 회장이 원하고 현대건설이 구현한 "지역사회 기여하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9-01 09:00

외관 감싼 루버, 총 중량 3300t, 공사 기간 1년…국내 최대 규모
‘연결’ 키워드 아래 회사부터 지역사회까지 교감 이뤄져

아모레퍼시픽 사옥 전경. /사진=현대건설

아모레퍼시픽 사옥 전경. /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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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부터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까지,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는 K-건설의 저력을 다양하게 조명해볼 예정입니다. 격주 수요일 발행됩니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조선백자의 정점인 ‘문자(moon jar, 달항아리)’에서 미학적 영감을 얻었다. 달항아리로 대표되는 조선백자는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끄럽고 빌딩이 많은 도시에서는 오히려 고요함을 가진 공간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백자처럼 말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는 지난 2018년 방한 기념 미디어 간담회에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벽면에 촘촘히 부착된 알루미늄 루버(louver, 차양)는 2만1500개로 마치 보름달과 같은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어준다. 빛이 강한 바깥쪽으로는 주로 널찍한 핀을, 내부 중정 쪽으로는 450㎜를 제외한 나머지를 배열했다. 불규칙적인 배열은 사무실 내부로 들어오는 빛과 풍경을 조절한다.

노출 콘크리트와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아모레퍼시픽 1층 로비 모습. /사진=현대건설

노출 콘크리트와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아모레퍼시픽 1층 로비 모습. /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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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 노출 콘크리트 구현 난제 봉착…독일과 한국 오가며 대안 찾아

건물 외관을 감싼 루버는 너비 450㎜, 350㎜, 250㎜, 200㎜의 네 가지 규격을 가지고 높이는 층고에 따라 4.5~7m로 다양하다. 현대건설 측은 “루버 총 중량이 3300t(톤)에 달해 공사 기간은 1년 정도 걸렸으며 시공한 물량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로비에 들어서자 회색빛의 노출 콘크리트와 3층 높이(18m)에 달하는 높은 층고, 뻥 뚫린 격자무늬 유리로 뒤덮인 아트리움이 중후한 멋과 세련미를 뽐낸다. 363KW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 1176장을 건물 지붕에 설치해 전기료 절감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대규모 트윈 엘리베이터 16세트(총 36대)를 설치해 승객 운송을 최대화했다.

현대건설은 고품질의 노출 콘크리트 구현이 가장 큰 난제였다고 회고했다. 노출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표면에 별도의 마감을 하지 않고 거푸집을 떼어낸 콘크리트 구조체를 마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매끄러운 표면 시공을 위해 거푸집 제작과 콘크리트 타설을 할 때 매우 정밀한 작업과 고도의 품질관리가 요구된다. 현대건설은 설계사와 발주처가 원하는 노출 콘크리트의 품질 수준을 이해하고자 공사 기간 38개월 중 총 28차례나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논의를 하고 대안을 찾았다.

또 현대건설은 아모레퍼시픽 사옥 시공 과정에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건축 정보 모델)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크게 절감했다. 해당 기술은 설계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시공 중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탁월하고 운영 중에는 설비 교환 시기를 알려주거나 에너지 소비량이나 단열 성능을 높여 관리를 쉽게 돕는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2014년 착공해 2017년 10월 완공됐다. 지하 7층에서 지상 22층 건물로 1~3층은 미술관, 어린이집을 비롯한 공공 문화 공간, 정원이 있는 5층은 임직원 복지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준공 이후 해당 건축물은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및 국토교통부장관상 ▲2018년 한국건축가협회상 건축가협회장상 ▲2018년 대한민국조경문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9년 CTBUH 어워즈 대상 등에 이어 올해에도 CIBSE 빌딩 퍼포먼스 어워즈, 리바 인터내셔널 어워드 포 엘설런스 등 상을 받았다.

건물 중심을 비워 바깥 풍경이 보인다. / 사진=현대건설

건물 중심을 비워 바깥 풍경이 보인다. / 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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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옥, 단지 일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 기여하는 역할”

5층, 7층, 17층에 마련된 옥상 정원들과 중심을 비운 형식은 건물의 정체성이다. 각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6개 층의 공간만큼 구멍을 뚫어(오프닝) 풍경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였다. 5층은 동남쪽으로 용산 미군기지, 11층은 남서쪽으로 용산 도심, 17층은 북동쪽으로 남산타워가 한 눈에 보인다. 이는 한국 전통 건축인 ‘차경(자연 경치를 빌리는 것)’을 도입한 것이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주변 경치를 보며 쉴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정문 모습. / 사진=현대건설

아모레퍼시픽 정문 모습. / 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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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내부로 입장하기 전, 육중한 원형 기둥들이 줄지어선 공간을 만나게 된다. 외부지만 한쪽만 열린 상태라 온전히 바깥이라 할 순 없고 거대한 유리로 차단됐으니 내부도 아니다. 이곳은 ‘연결(connectivity)’이라는 키워드 아래 신사옥을 자연과 도시, 지역사회와 회사, 고객과 임직원 간 교감과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웃한 곳에 주민센터를 짓고 공원을 기부채납(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국가에 이전해 국가가 이를 취득하는 것) 했다.

남동쪽에 정문을 둔 이유도 마찬가지다. 신사옥 주변에는 미군기지에서 시민공간으로 탈바꿈할 용산공원과 맞닿아 있다. 신사옥은 도시와 공원을 연결하는 통로의 역할을 맡았다.

2018년 기자간담회에서 치퍼필드는 “신사옥이 단지 일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서경배닫기서경배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생각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축물 사방의 문이 사람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며 “직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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