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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베 도발, ‘핫라인’ 보다 더 절실한 ‘핫전략’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7-15 00:00 최종수정 : 2019-07-22 09:15

▲사진: 정희윤 산업부장

▲사진: 정희윤 산업부장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다시 갈림길에 섰다.

문재인 정부는 아베 정권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기습에 허를 찔렸고 휘청했다. 먹먹한 충격에 빠졌던 티가 역력했다.

핵심 참모란 사람은 일본이 어떤 공격을 가해올지 롱 리스트를 갖고 있었다는 가볍디 가비야운 처신으로 역공을 자초했다. 견고한 책략까지는 아니더라도 단기 대응책의 뼈대와 행동방향정도는 간해야할 자리에 있으면서 ‘응 그쪽에서 그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어’만 있고 ‘걱정 마 우리가 어떻게 받아치는지 보라구’가 없는.

공중파 코미디 방송 소재로 등장하기 딱 좋은 장면.

◇ 이번 위기 모면한대도 일시적일 뿐

우리 사회 내로라는 오피니언 리더들도 여기저기서 다시 말잔치 경연에 들어가 있다.

고생은 좀 하더라도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주전파, 지난 아픔보다 미래의 실익을 구하자는 실용주의 외피를 쓴 화친파, 그러지 말고 소재부품·핵심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획기적 체제를 갖추자는 원론파 등등.

초반 WTO 제소 말고는 가닥을 잡지 못했던 정부가 중순 들어서면서 ‘현실적’ 수습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설 절박함은 없다. 오는 21일 아베에게 그토록 중요한 일본 참의원 선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거 향배에 따라 이번 무역보복 사태가 없던 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베 진영이 참패할 가능성이 높을까? 선거용이란 해석이 맞아서 아베가 이번 건은 물린다 해서 다른 도발을 시도하지 말란 낙관이 가능할까?

1965년 한일협정 이래로 역사에 대한 법적 책임마저 도쿄 앞바다로 걷어차 버릴 수 있었던 일본 정치 주도세력에게 한국이란 대전 파트너는 아직도 다루기 쉬운 존재인 것이다.

일본군 성노예,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생전에 제대로 보상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비례해서 낮아진다.

온 세계가 물었던 책임에 대한 일본 주류세력의 대응이 뜻하는 것이 무엇이었던지 돌아보면 아베 총리가 계속 하든, 그의 뒤를 이은 누가 하든 역사적 책임은 회피할 것이다.

또한 독도를 국제분쟁으로 만들고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재무장 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없도록 가로막기 위해 정치적 수단마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넓고 복합적인 전투를 수행하려 들 것이다.

◇ 정부 외교력과 단기처방 한계 뚜렷

그렇기 때문에 당장 우리가 기대할 것이 정부의 외교력과 단기 대처능력이 고작이라면, 대일본 대응체제는 턱없이 허약하다고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 상황은 오히려 우리에게 근본적이고 효용성 높으며 지속가능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이 취한 행보를 살펴볼 이유가 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경제참모들을 만나느니 차라리 일본에 직접 가서 발로 뛰는 선택을 했다.

현 정부 핵심 경제 참모들과 상황의 심각성에 공감대를 넓히는 것보다 현지 산업동향과 상황을 확인하면서 거래 기업 수뇌부에 연결된 인맥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보려는 절박함의 발로였을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가 할 일이 따로 있고 경제인이 할 일이 따로 있을 터이니 그 심정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일정 탓에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들과 소통하는 자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 자리가 덜 중요하다고 봐서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바이오헬스산업, 미래형자동차 산업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신사업으로 손꼽은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수행할 당사자다.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이 아직 진행중이고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경영권 승계 과정과 엮어서 압박하는 바람에 기업 경영에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꼭 필요한 선택이었기에 독자적으로 나서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관련하여 아베 총리가 이번에 반도체 소재로 무역보복을 가한 배경에는 한국 기업이 시스템반도체 분야마저 주도하도록 허용해선 안된다는 판단이 있다는 해석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 경제 강국 대계 수행 전기 삼아야

이베 총리는 G20 정상회의 때 자유무역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더니 곧바로 뒤집는 행동을 펼친 국가 수반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주저앉힐 목적으로 무역보복에 나선 지도자를 배출한 정당이 이후에도 우리나라 자동차, 이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중추에 대해 견제활동을 펼치리라는 예상은 합리적이다.

일본 우익 광기어린 정서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부당한 특혜 속에 땅 짚고 초과이익을 독식하는 존재들로 묘사되고 있다.

일본이 장기복합 불황에 빠져 있을 때 한국 기업들은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힘입어 초과이익을 거둬들이고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경상흑자를 누리고 있다며 한탄을 넘어 혐한으로 이어가는 중요한 징검다리 삼았던 게 실상이었다.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지금 세상에서 그들만의 착각이 내부 결집용으로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우경화된 군중심리를 자극해 아베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면 전혀 다른 심각한 주제가 된다.

당연히 이재용 부회장처럼 각개 기업인들이 분산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민주당과 정부가 뒤늦게 소재부품 산업 지원을 명목에 걸고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늘리려는 것도 곁들이는 메뉴일 뿐이다.

◇ 알면서 못하던 일, 필요한 건 결단

자유무역 원칙에 반하고 공정무역 가치를 해치면서 자기 국익에 우선하는 선택을 하려는 강대국은 일본만이 아니다.

일본을 하나 더 추가한 가운데 지속가능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는 일은 그래서 시급해 보인다.

앞으로 연이어 무역전쟁 이슈가 터질 것이 예견된다면 가장 먼저 힘쓸 일은 중국이 한 때 휘둘렀던 희토류처럼 극한의 희소성을 지닌 자원이 아니라면 대체재를 확보할 수 있는 다채로운 수급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 다음은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조 시스템의 혁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인프라 혁신과 인재 양성이 될 것이지만 이조차 결코 쉽지 않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많은 정부 예산의 명목이 되었던 것들인데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또한 입시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 양성이 왜 어려운지도.

돌고 돌아 알고 있는 문제 해결에 꼭 필요한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원인을 다시 진단하고 처방전을 다시 쓰는 게 아니라.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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