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빚 탕감, 누구를 위한 구제책인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7-07-31 01:04

(사)금융과 행복 네트워크 정운영 의장

빚 탕감, 누구를 위한 구제책인가
[한국금융신문] 리차드 디인스트(2015)는 그의 저서 ‘빚의 마법’에서 최근의 위기는 국가, 기업, 가계의 부채 등 모든 종류의 빚 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화폐가 모든 관계성을 지배하는 세계에서 빚은 분명 속박이고 억압’이라고 말했다. 빚이 속박과 억압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 사람들은 빚을 지는 것일까? 개인의 욕망과 행복을 위해서 빚을 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빚을 지지 않고 빚을 지더라도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통한 소득의 창출, 정규화를 통한 소득의 지속성, 올바른 소비문화와 금융윤리의식 고취와 같은 보다 근원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단숨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빚을 갚지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고통스럽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들에게 빚 탕감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취약계층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국민행복기금이 보유중인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장기·소액연체자의 빚을 어떻게 100% 탕감 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 중이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채무자는 123만명 3000여명으로 이중에서 통상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환능력이 없는 미약정자 40만 3000만명이 우선 탕감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채무탕감 정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면 돈을 빌리고도 의도적으로 빚을 갚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설령 빚을 탕감해주어도 다시 얼마가지 않아 빚을 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일회성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소액의 빚을 10년 동안 제때 갚지 못했다는 것은 아무리 급전이 필요해도 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리지 못할 뿐 아니라 혹독한 불법추심행위를 견뎌내며 살아 왔음을 의미한다.

10년 동안 인간적으로 온갖 수모를 겪으며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빚을 갚을 수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부정한 채무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말로, 이번 탕감정책에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합당한 도덕적 판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얕은 연못에 아이가 빠지면 들어가 건져줘야 한다. 내 옷은 진흙투성이가 되겠지만 아이가 죽는 일에 비하면 전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도덕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소액·장기연체채권에 대한 채무탕감 정책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사회가 조명할 시점이다. 원리금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가격에 부실채권을 매수하여 원리금 전체에 대해 청구권을 가지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인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연체채권과는 별도로 금융권이 특수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임박한 ‘죽은 채권’에 대한 현황을 살펴보면 과히 놀란 만하다. 2017년 3월 기준 전체 금융사(증권업과 대부업 제외)의 5년 이상 연체된 채권 규모는 20조 1,542억원으로 채권 10개중 4개는 법정 소멸시효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 이미 소멸시효 기간 5년이 지나면 채권의 법적 상환의무가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사는 채권자에게 소액의 변제를 유도해서 채권을 부활시키거나 직접 소송을 통해 소멸시효를 연장해 왔다.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이유는 채권의 가치를 높여서 부실채권을 더 비싸게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채권은 한국은행 가계부채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채권으로 가계부채 수치로는 파악할 수 없는 국민들의 고통의 크기다. 앞으로 사회는 효율성만이 아니라 공정성도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아야 하기에 금융회사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여 자발적으로 사회가 풀어야 할 금융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정부의 공약사항인 소액 · 장기연체 채무에 대한 과감한 정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빚 탕감 정책을 어떻게 로드맵 하느냐이다. 중장기 로드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상태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빚을 왜, 누가, 얼마나, 자주 지는지, 잘 못갚는 이유는 무엇인지, 빚 탕감 정책이 구제와 재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무슨 이유인지 등에 대한 실태를 면밀히 파악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로서는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정확한 빅데이터 구축이 미비하기에 실제 빚을 진 사람들 중에 빚을 전면 탕감해줘야 하는 대상인지, 일부 조정해 주어야 하는 대상인지, 사전에 상담이 필요한 대상인지를 명확하게 판별할 수 없다. 빚에 대한 고통을 상담하거나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오프라인 전문상담 시스템도 전문인력도 부족한 상태이다.

현재 빚에 대한 국민의 고통수준과 원인을 아는 것이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그 외 빚 탕감 정책을 누가 주도적으로 시행할 것 인지, 금융포용 관점에서 접근성과 금리문제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지속가능한 빚 탕감 정책을 위한 법제화 또는 제도화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빚 탕감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 금융회사, 금융소비자 간의 소통과 각 주체별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채무탕감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사회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나친 성과주의를 지양하며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과 금융의 정직성(financial probity)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면서 부당한 채권자의 권리를 스스로 소멸시켜야 한다. 채무탕감은 사회 전반의 도덕 수준이 높고 사회 구성원에게 확실한 공동체 의식이 있는 경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채무탕감이나 채무조정을 통해 혜택을 받은 금융소비자들은 그러한 혜택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빚으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을 심정적으로, 경제적으로 구제 하는 것은 모두 다 잘사는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 나라가 과거에 비해 ‘더 잘 산다’라는 것은 국민들이 부딪히는 문제들 중에서 보다 많은 문제에 대해 더 좋은 해법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향유할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빚을 탕감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인 구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 사회관계적, 경제적 구제 뿐 아니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삶의 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빚 탕감 정책은 적어도 빚을 진 사람들의 가슴속에 희망과 용기의 종이 다시 울려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관리자 기자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전체보기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한국의 먹, 인공지능 시대의 정신이 되다 바야흐로 초지능의 시대다. 전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파도 위에 올라타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어왔던 사유와 창작의 세계마저 0과 1이라는 정교한 이진법과 알고리즘,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의 질서 속으로 빠르게 치환되는 상황이다. AI는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단 몇 초 만에 화려한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 참과 거짓, 존재와 부재가 선명하게 구분되는 디지털의 세계는 명확하고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눈부신 기술의 정점이 가장 오래된 우리의 유산, 바로 ‘먹(墨)’과 여백의 미학을 다시 사유해볼 지점이다. 왜 차가운 반도체와 실리콘의 시대에 다시 먹 이야기일까. 흔히 동아시아 2 엔비디아의 반란군이 엔비디아를 위협한다 - 모어스레드(摩尔线程)의 GPU 대역전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⑧] 엔비디아의 전설, 적진을 뛰쳐나오다2020년 가을, 베이징의 어느 사무실에서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조용한 소문이 돌았다. '장젠중(张建中)이 엔비디아를 떠났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핵심 참모 전체를 데리고. 54세의 나이에 엔비디아라는 세계최고의 AI 칩 회사의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 남자가 하려는 것은 단 하나였다. 중국 스스로의 GPU를 만드는 것.장젠중은 중국 GPU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2006년 엔비디아에 합류해 중국 총경리로 시작, 15년에 걸쳐 글로벌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엔비디아 재직 시절 이룩한 것은 놀랍다. 중국 독립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3 펀드, ETF처럼 사고 팔 수 없나요? 저는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2010년, 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TIGER ETF 사업부를 맡으면서 한 가지 확신을 품었습니다. "ETF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언젠가 ETF가 전통 펀드를 다 잡아먹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꽤 무서운 표현이지만, 그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ETF의 무기는 강력했습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고, 비용은 싸고, 뭘 사는지 매일 공개됩니다. 반면 전통 공모펀드는 어떤가요. 오늘 샀는데 가격은 내일 알 수 있고, 수수료는 비싸고, 운용사가 뭘 사는지는 한참 지나야 공개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공모펀드를 이용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는 구조였습니다.그래서 저는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그래픽 뉴스] 청년정책 5년 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카드뉴스] KT&G, ‘CDP’ 기후변화·수자원 관리 부문 우수기업 선정

FT도서

더보기